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여성 역사의 달’ 행사에서 연설을 마친 뒤 참석자들을 향해 손짓을 하고 있다. 미국은 여성 권리 증진을 위해 활동한 여성들의 공헌을 기념하고자 매년 3월을 여성 역사의 달로 정한다. 행사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대북 제재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유엔·의회제재때 빠진
‘북 노동자 사용 3국단체’도 넣어
‘무기’와 무관한 물품 관여도 포함
‘해당 기업 미 진출해 있는 경우만’ 단서
의무조항 아닌 재량조항
실효성 여부는 지켜봐야
‘북 노동자 사용 3국단체’도 넣어
‘무기’와 무관한 물품 관여도 포함
‘해당 기업 미 진출해 있는 경우만’ 단서
의무조항 아닌 재량조항
실효성 여부는 지켜봐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발동한 행정명령은 몇가지 점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2270호나 지난 2월 미국 의회를 통과한 대북제재 강화법의 수위를 뛰어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실질적인 제재 이행을 위해선 제재 대상을 구체적으로 지정하는 행정절차를 추가적으로 밟아야 하고, 실효성 여부도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북한 노동자의 해외송출에 관여한 제3국의 개인이나 기업 등 단체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북한 노동자 해외송출 조항은 유엔 안보리 초안에 들어있었으나 정상적 경제 활동으로 분류돼 빠졌다.
또한 미 의회의 대북 제재 강화법에도 이 조항은 들어있지 않다. 워싱턴 소식통은 “의회의 입법 내용에는 없지만 입법 취지를 살린 조항이라고 미국 쪽이 설명했다”고 밝혔다.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핵실험 및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독자적인 제재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조항이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처럼 북한 송출에 관여하는 중국이나 러시아, 몽골 등의 기업을 곧바로 제재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관련 조항을 보면, 제3국 기업이 미국에 진출해 있는 경우에만 이들의 미국 내 자산이나 재산권에 제약을 가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세컨더리 보이콧’의 성격을 일부 담고 있는 수준인 셈이다. 또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shall)는 의무조항이 아니라 ‘가할 수 있다’(may)는 ‘재량 조항’에 속한다.
이 조항이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재 북한 노동자는 5만~10만명 정도가 해외에 파견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 중동 지역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음식점이나 의류 공장 등 중소 기업 종사자가 대부분이고, 러시아는 임업, 중동은 건설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이런 업종의 제3국 기업이 미국에 지사 등을 두고 영업을 할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이번 행정명령은 이른바 특정분야 제재로 불리는 북한의 수송·채광·에너지·금융서비스와 금속·흑연·석탄·소프트웨어의 판매·공급·이전·구입에 관여하는 것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했다. 미 의회 대북제재법이 ‘대량파괴무기와 관련된’이란 단서조항을 둔 것에 비하면 제재 범위가 넓어진 셈이다.
수송·에너지·금융·금속 등의 분야는 중국이나 러시아 기업이 좀더 긴밀하게 북한과 연계돼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제3국 기업이 미국에 진출해 있는 경우에만 제재 대상에 해당된다. 또한, 미국 재무부나 국무부가 구체적으로 제재 대상을 지정해야만 효력을 발휘한다. 이런 의미에서 중국이나 러시아에 유엔 안보리 제재 이행을 압박하고, 정세가 악화될 경우에 대비해 가용할 수 있는 수단들을 최대한 쟁여두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재무부는 이날 새로운 행정명령에 맞춰 북한의 개인 2명과 단체 15곳, 선박 20척을 추가 제재대상으로 지정했지만, 중국 등 제3국의 개인이나 단체에 대해서는 별도로 제재 조치를 발표하지 않았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김진철 김지은 기자 yyi@hani.co.kr
오바마 행정부의 새 대북 행정명령 주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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