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각) 한낮 온도가 25도를 웃도는 초여름 날씨 속에 미국 수도 워싱턴의 주미 일본대사관 앞에선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제1221차 수요시위’가 열렸다.
‘세계 여성의 날’(8일)을 맞아 일본군 위안부 관련 한-일 정부간 ‘12·28 합의’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길원옥(89) 할머니는 이날 수요집회에서 “사람이니까 잘못할 수 있다. 잘못했으면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사죄하고 배상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 길 할머니는 “(일본 정부가) 딱 눈 감은 채 ‘이런 일 없소’하고 막무가내로 있으니 답답하다. 잘못했다고 사죄를 하는 것이 사람이다. 무릎꿇고 사죄할 때가 올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동대표도 이날 시위에서 “일본군 피해자들이 요구한 것처럼 일본 정부가 공식 사죄하고 법적 배상을 할 수 있도록, 아울러 역사교과서에 올바르게 기록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활동들이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윤 공동대표는 이어 “이를 위해 미국을 비롯해 국제 사회가 함께 연대하고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이 더 이상 유린당하지 않도록, 또한 피해자들이 기다림으로 지쳐가지 않도록 함께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시위에는 ‘워싱턴 희망나비’ 소속 회원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일본 정부에 보내는 요구서’를 통해 “‘12·28 합의’는 제대로 된 해결이 아닌 졸속적인 외교 담합에 그쳤고, 오래 시간 기다려온 피해자들에게 또다시 상처를 주고 말았다”며 한국과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 이들은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세계 시민사회의 요구를 묵살한다면, 국내외 정의로운 이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윤 공동대표는 이날 일본 대사관 관계자에게 요구서를 전달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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