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사진 AP 연합뉴스
미시간서 예상 뒤집고 승리 ‘이변’
젊은층·진보층 ‘샌더스 지지’ 굳건
트럼프, 미시간 등 2개주서 승리
공화 ‘반트럼프’ 별 힘 못쓰는듯
젊은층·진보층 ‘샌더스 지지’ 굳건
트럼프, 미시간 등 2개주서 승리
공화 ‘반트럼프’ 별 힘 못쓰는듯
8일 미국 미시간 주에서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크게 뒤질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고 승리를 낚아챘다. 오는 15일 미국 5개 주에서 동시에 대선 경선이 치러지는 ‘미니 슈퍼화요일’을 앞두고 중요한 디딤돌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샌더스는 개표가 거의 완료된 9일 오전 2시(현지시각) 현재 50.0%의 득표율을 기록해 클린턴(48.1%)을 2%포인트가량 차이로 승리했다. 물론 표차가 크지 않은 신승이다. 하지만 미시간 승리는 샌더스 입장에선 몇가지 점에서 상징성을 띠고 있다. 우선, 디트로이트 등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를 끼고 있는 미시간은 경선 직전까지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클린턴이 13~27%포인트 정도까지 크게 앞섰던 곳이다. 미시간이 진보적인 성향의 지역이고 백인 인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긴 하지만 샌더스가 이 정도 지지율 격차를 뒤집을 것으로 예상한 언론이나 전문가는 없었다. 국제무역이 이 지역의 일자리를 앗아갔다는 샌더스의 막판 캠페인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시간은 지금까지 경선을 실시한 지역 가운데 텍사스에 이어 두번째로 대의원(148명)이 많이 할당된 대형 주로 분류된다. 게다가 샌더스가 상대적으로 약한 면모를 보여왔던 예비선거(프라이머리) 방식으로 경선이 치러졌다. 그동안 당원대회(코커스) 방식의 소형 주 위주로 승리를 건졌던 것과 견줘보면 이번 승리의 의미가 적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젊은 층, 진보층, 부동층 유권자들로 구성된 ‘샌더스 지지층’이 여전히 강력한 세력임을 보여줬다”며 “오하이오, 일리노이, 위스콘신 등 비슷한 성향의 중서부 지역으로 경선 일정이 옮아가는 시점에서 지지기반이 강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저널>과 <엔비시>(NBC) 뉴스가 8일 발표한 공동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클린턴과 샌더스의 전국 지지도 역시 53%대 44%로, 1월의 24%포인트, 2월의 11%포인트 차이에서 점점 좁혀지고 있다.
하지만 샌더스는 이날 동시에 경선이 치러진 남부의 미시시피에서 56%포인트 정도의 차이로 클린턴에게 뒤졌다. 미시시피는 대의원 수가 41명으로 소형 주에 속하긴 하지만, 흑인 등 소수민족 유권자에 대한 샌더스의 취약성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볼 수 있다.
공화당 경선에선 도널드 트럼프가 각각 59명과 40명의 대의원이 걸린 미시간과 미시시피에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을 10%포인트 이상 이겼다. 경선 전 여론조사 결과보다 다소 격차가 좁혀지긴 했지만, 공화당 주류 진영이 펼친 ‘반 트럼프’ 융단 공세가 그다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다만, 아이디호에선 크루즈가 예상을 뒤엎고 트럼프를 이겼지만, 대의원 수가 워낙 적어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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