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 ‘반미정서’ 진화 초비상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이 이슬람 전통에 반해 숨진 탈레반 병사들의 주검을 불에 태웠다는 오스트레일리아 언론 보도로 또다시 미국 정부가 곤경에 빠졌다. 미 국방부는 20일 즉각 진상조사에 착수하고 국무부는 전세계 공관에 사건 해명을 긴급 지시했다.
조지 부시 행정부는 이 사건이 지난해 이라크 포로학대 사건처럼 전세계, 특히 이슬람권에서 반미 정서를 부추길까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언론들이 전했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조사가 이뤄질 것이며 잘못된 행동이 드러나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 보도는 매우 심각한 내용이다. 사실이라면 매우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이번 보도내용은 대다수 미군 행동과는 관련이 없고 미국의 가치를 반영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적극 홍보하라고 전세계 공관에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당국은 이번 사건에 대한 범죄 여부 조사에 들어갔다고 미 국방부가 밝혔다.
미군들이 교전 중 숨진 탈레반 병사의 주검을 불태우는 광경은 19일 저녁 오스트레일리아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이슬람권에선 주검을 깨끗하게 씻어 매장하는 게 전통이다. 현지 미군들은 위생상의 이유로 주검을 불태웠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아에프페(AFP)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이 광경을 비디오로 찍은 사진기자 스티븐 뒤퐁은 “미군병사들이 탈레반들의 공격을 유도하기 위해서 주검을 일부러 불에 태웠다”고 증언했다. 미군들은 당시 “너희들은 동료의 주검이 불타는 데도 그냥 있는 겁쟁이들이다”라고 외쳤다고 뒤퐁은 말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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