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2일(현지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2270호 채택에 맞춰 북한 국방위원회 등 단체 5곳과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개인 11명을 신규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 독자적인 대북 제재안을 발표했다. 제재의 실효성보다는 상징성에 초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미 재무부는 이날 대북 제재 결의가 안보리에서 통과된 직후 보도자료를 내어 2개 단체와 10명의 개인을, 국무부는 3개의 단체와 2명의 개인을 각각 새로 제재 대상에 올렸다고 밝혔다. 재무부가 제재 대상에 올린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013년 국무부가 이미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어, 신규 제재 대상은 단체 5곳과 개인 11명에 이른다.
새 제재 대상 단체는 국방위원회와 당 중앙군사위원회, 원자력공업성, 국방과학원, 우주개발국 등이다. 재무부는 “북한의 국방위는 최고 의사결정 조직으로, 북한의 모든 군사·국방·안보 관련 업무를 지시하고 이끄는 곳”이라며 “김정은(노동당 제1비서)이 국방위 제1위원장의 자격으로 1월6일 핵실험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당 중앙군사위도 제도적으로 북한의 군사정책을 총괄 지휘·관장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북한 국방위와 당 중앙군사위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것은 핵실험 및 장거리 로켓 발사의 책임이 최고 결정기구에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 조처로 풀이된다. 원자력공업성과 국방과학원, 우주개발국은 유엔 대북 제재 결의 2270호에 이미 제재 대상으로 들어있다.
추가 제재 대상 개인 11명 가운데 김정은 제1비서의 최측근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리용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박영식 인민무력부장 등이 고위급 인물로 눈에 띈다. 소니 영화사 해킹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서명한 새 대북 제재 행정명령을 적용했다.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개인이나 단체는 미국내 모든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인과의 거래가 금지된다. 이번에 신규 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의 단체나 기관은 미국 내 자산이나 거래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제재의 실효성보다는 상징적 효과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정부의 독자적인 대북 제재 발표와 달리, 중국과 러시아는 협상과 대화 재개에 좀더 방점을 찍었다. 비탈리 추르킨 주 유엔 러시아 대사는 이날 결의 채택 뒤 개별 발언을 통해 “안보리 결의가 부과한 제재는 단호하지만 6자회담 과정의 재개를 위한 문도 열어뒀다”며 “6자회담의 모든 당사국들은 협상을 재개해야 하며 러시아는 이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제이 주 유엔 중국대사도 “제재는 그 자체가 목적이어서는 안 된다. 오직 대화만이 한반도의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이라며 6자회담 재개 필요성을 강조했다.
워싱턴 베이징/이용인 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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