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샛 인터내셔널(ISI)이 지난 3일 남중국해 파라셀군도(중국명 시사군도)의 우디섬(융싱다오)을 지난 3일 찍은 위성사진(오른쪽)에는 해변에 아무런 시설물이 없으나 14일 촬영된 사진에는 8기의 미사일 발사대와 레이더 시스템을 갖춘 2개 포대가 배치돼 있다. 폭스뉴스 누리집 갈무리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중국이 베트남 등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인공섬에 군사시설을 배치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 지역의 긴장이 다시 고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미군 구축함이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인공섬 근처를 항해한 게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폭스 뉴스>는 16일 중국이 파라셀군도(중국명 시사군도)에 속한 우디섬(중국명 융싱다오)에 2개 포대로 구성된 지대공 미사일 발사대 8기와 레이더 시스템을 설치한 사실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자체적으로 입수한 상업 인공위성 ‘이미지샛 인터내셔널’의 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우디섬은 중국이 베트남 및 대만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방송을 보면, 지대공 미사일 포대 등은 지난 3일 위성사진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11일 뒤인 14일에는 모습이 드러났다. 방송은 이를 근거로 군사시설이 지난주에 설치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도 이 위성사진이 정확하다며, 에이치큐(HQ)-9 지대공 미사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제 S-300 피엠유(PMU)와 유사한 에이치큐-9 지대공 미사일은 사거리 200㎞로, 근처를 비행하는 민간 혹은 군 전투기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중국의 인공섬 군사기지화는 지난달 30일 미 해군 구축함인 커티스 윌버가 파라셀군도에 속한 트리톤섬의 12해리(22㎞)까지 접근한 직후에 나온 것이다. 당시 양위쥔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미군이 어떤 도발을 하든 주권과 안전을 지키는 데 필요한 모든 조처를 취할 것”이라며 후속 행동을 예고한 바 있다.
아울러, 필리핀은 지난달 중순 미국이 군비와 보급 물자를 비축할 수 있도록 군사기지 8곳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필리핀이 제공하는 군사기지 가운데 2곳은 남중국해와 인접한 서부 팔라완에 위치해 있어, 필리핀과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휴양지인 서니랜즈에서 이틀간 일정으로 열린 미-아세안 정상회의 폐막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분쟁 지역의 추가적인 매립과 새로운 건설, 군사기지화를 포함해 남중국해 긴장을 낮추기 위한 가시적 조처를 취할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역내 해양 분쟁은 평화적이고 국제법적 수단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입장의 반복이다. 미국이 중국의 남중국해 섬 군사기지화를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이긴 하지만, 중국을 강하게 압박할 정도로 아세안 국가들과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실제 이날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공동성명에는 ‘남중국해’와 ‘중국’이라는 말이 구체적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성명은 “모든 국가의 주권과 영토, 평등, 정치적 독립성을 상호 존중하며, 분쟁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입장을 공유했다”는 수준에 그쳤다. 오바마 대통령이 아세안 10개 회원국 정상을 미국으로 초청하면서까지 공을 들였지만, 중국에 대한 공세적 입장은 담기지 않은 것이다. 미국은 공동성명 초안에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군사기지화’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려고 했지만, 캄보디아와 라오스 등 중국에 우호적인 국가들의 반대로 최종성명에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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