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도어 포스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
북한이 지난 7일 장거리 로켓 발사 과정에서 보여준 로켓 추진체의 폭파 기술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시스템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는 미사일방어(MD·엠디) 전문가의 지적에 대해 한국 국방부가 반박하고 나서자, 이 전문가가 다시 강하게 국방부 주장을 반박했다.
사드로 구분해 요격 가능?
레이더로 구별한 뒤 요격 땐
30㎞ 지점서 탄두와 마주쳐
요격 고도보다 낮아 불가능
폭파장치 설치 불가능?
노동미사일과 스커드미사일
기본적으로 구조 같아
분쇄용 폭약선 설치 아주 쉬워
시어도어 포스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는 최근 <한겨레>와의 수차례에 걸친 전자우편 및 전화 인터뷰를 통해 “한국 국방부의 반론은 잘못된 것”이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앞서, 포스톨 교수는 북한이 로켓 추진체의 폭파 기술을 노동미사일에도 적용할 경우 실제 탄두와 파편 조각을 식별하지 못해 사드로 요격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한겨레> 2월12일치 1·5면) 이에 대해 한국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12일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은 장거리 미사일과 달리 일체형이라 내부 폭파장치 설치 때 미사일 기능을 못한다. 또한, 노동미사일의 경우는 추진체에 폭발물을 설치했을 때 초기에 몇초간 여러 파편의 항적을 보일 수 있으나 바로 구별이 가능하다”고 반박한 바 있다.
우선, 포스톨 교수는 노동미사일에 대한 국방부 주장이 설득력이 없는 이유를 분석했다. 한마디로, 사드 레이더로 노동미사일의 탄두와 파편 조각들을 구별한 뒤에 요격미사일을 발사하면 탄두의 고도가 낮아져 요격범위를 벗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요격 시간이 부족해 요격미사일을 발사해봤자 무용지물이 된다는 뜻이다.
포스톨 교수가 서로 다른 무게를 가진 물체들의 공기역학 특징을 분석해 <한겨레>에 보내준 자료를 보면, △탄두 △동력비행 뒤 조각낸 미사일 조각 △작은 금속판이나 나사 등이 대략 고도 70㎞까지 함께 움직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도 70㎞ 위에서는 공기저항이 적어 무게에 따른 낙하 속도가 거의 엇비슷하기 때문이다. 바꿔 얘기하면, 상대적으로 무거운 탄두와 가벼운 다른 물체들이 공기저항으로 속도가 달라져 구별이 가능한 지점, 즉 고도 70~80㎞ 지점에 도달할 때까지는 요격미사일을 발사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상의 사드 레이더가 탄두와 다른 조각들을 구분한 뒤 요격미사일에 실제 탄두의 위치와 고도 등에 대한 발사 정보를 주면, 요격미사일은 발사 27초 만에 고도 30㎞ 안팎에서 탄두와 마주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지점이 노동미사일에 대한 요격미사일의 최저 요격고도인 40㎞보다 아래에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정확한 요격이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물론, 지상의 사드 레이더가 탄두와 조각들을 구분하기 전에 요격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두 가지 점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요격미사일을 일단 발사한 뒤에는 지상의 사드 레이더가 탄두와 조각들을 뒤늦게 구분하게 되더라도 이와 관련된 정보를 비행 중인 요격미사일에 전달할 수 없다고 포스톨 교수는 지적했다. 요격미사일은 일단 발사된 뒤에는 목표에 근접하면 자체 내장된 적외선 센서로 목표를 추적하며 비행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포스톨 교수는 “이런 정보 전달 문제는 늘 중요한 문제였다”고 밝혔다.
또한, 이런 정보 단절 속에서 요격미사일의 자체 적외선 센서가 탄두와 조각들을 구분하는 시점은 타격 몇초 전쯤에나 가능하다. 그 전까지는 적외선 센서로 탄두인지, 기만탄인지 명확하게 구분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포스톨 교수는 “이는 적외선 종말 유도 센서를 사용하는 모든 요격미사일이 안고 있는 문제”라며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도 오래전에 펴낸 분석 글에서 이 점을 분명히 명시했다”고 밝혔다.
스커드 미사일에는 폭파 장치를 설치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한국 국방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포스톨 교수는 “노동미사일과 스커드 미사일의 구조는 기본적으로 같다”고 잘라말했다. 두 미사일의 외부 금속성 구조물은 기본적으로 얇은 벽처럼 만들어져 있어, ‘분쇄용 폭약 선’(explosive cutting cord)를 설치하면 로켓들을 여러 조각으로 내기가 아주 쉽다는 것이다.
포스톨 교수는 “분쇄용 폭약 선을 금속 표면에 단단하게 부착시켜 놓으면 폭약 선의 한쪽 끝에서 폭파가 시작돼 폭약 선을 따라 확산된다”며 “이때 엄청난 고온과 압력의 가스로 금속 표면을 조각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기술은 로켓공학에서 금속조각을 여러 조각으로 만들 때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며 “뜨거운 칼로 버터를 자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들이 사드 배치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실제적인 기술적 사실들을 알 필요가 있다”며 “사드의 기술적 혜택이 없다면, 사드 배치 결정은 높은 비용만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