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메릴 전 국무부 정보조사국(INR) 동북아 국장
미국 국무부에서 오랫동안 한·중·일 정세 분석을 담당했던 존 메릴(사진) 전 국무부 정보조사국(INR) 동북아 국장은 “모든 당사국들이 추가적인 상황 압박 행동을 피하면서, 동시에 지금은 어려울지라도 궁극적으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로 되돌아오기 위한 기회들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릴 전 국장은 10일(현지시각) 한국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조처와 관련해 <한겨레>와의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강력한 대북 제재 추진은 잘못된 판단”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메릴 전 국장은 “박 대통령이 북한의 핵실험 및 인공위성 발사와 관련해 방관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느낀 것 같다”며 “특히 한국이 강력한 제재를 추진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한 충동이 틀림없이 있었을 것”이라고 배경을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이 국가 생존과 관련된 핵심적 문제라고 여기는 것들에 대한 압박 전술은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대량파괴무기(WMD) 프로그램을 접을 가능성은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강력한 압박 전술의 효용성에 대해 “모든 사람이 미국의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은행 제재가 얼마나 훌륭했는지 칭찬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제재가 과거 일본의 진주만 공격을 촉진시켰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메릴 전 국장은 ‘개성공단이 중단된다면 북한이 타격을 입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 쪽으로 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어찌됐든 10년 이상 지속돼 온 개성공단을 영구히 문 닫는다면 정말로 비극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북한은 당 대회가 예정돼 있고, 핵 능력을 갖추면 민간 경제 쪽으로 자원을 이동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추가적으로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남북이 상황을 진정시키고 현재의 긴장에 따른 위험을 계산하고, 위기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며 남북의 역할을 강조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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