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미국 정부는 8일(현지시각)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가 최대한 조속한 시일 내에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 배치 결정이 내려지면 1~2주 안에 배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피터 쿡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관련해 “앞으로 일정을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겠지만, 우리는 이러한 움직임(사드 배치)가 가능한 빨리 이뤄지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양국간 협의가 며칠 내에 시작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것이 신속하게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쿡 대변인의 이런 발언은 미 국방부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하고 한국 정부에 신속하게 수용할 것을 촉구하는 압박성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사드 배치 시기와 관련해 익명을 요청한 미 국방부 관계자는 <아에프페>(AFP)통신에 “일단 결정이 내려지면 1~2주 안에 배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의 이런 태도는 한-미 국방당국이 이미 상당 기간 이 문제를 비공식으로 논의해왔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특히 1~2주 안에 배치가 가능하다는 발언은 한국 내 배치 장소까지 이미 결정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쿡 대변인은 사드의 방어 능력에 대해 “이는 우리가 가진 다층 미사일방어의 한부분이 될 것”이라며 “또 우리의 (방어) 능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설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대북 제재와 관련해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 (제3자 제재) 같은 강력한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2005년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식의 미국 단독 제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와 같은 추가적 조처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하는 거래를 북한과 할 경우 제3국의 은행이나 기업 등을 제재하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의 거래가 중국을 통해 이뤄지는 북한의 무역 특성상 이 방안이 북한에 적용되면 중국의 은행이나 기업이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 이 때문에 이 제재안은 미 의회에선 논의가 됐으나 미 행정부 차원에서는 검토되지 않았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또 한-미 양국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 논의에 착수한 데 대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 결과, 미국은 한국 등 우방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에 사드 시스템을 지원하는 장비와 기술을 배치하는 것에 관해 한국과 공식협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