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쪽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4일 북한 방문을 마치고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북핵문제 꼬인 원인 놓고
미 “대화 주장해온 나라 탓”
중 “제재 강조해온 나라 탓”
로켓 못 막고 제재수위 못 정해
중 우다웨이도 결국 빈손 귀국
미 “대화 주장해온 나라 탓”
중 “제재 강조해온 나라 탓”
로켓 못 막고 제재수위 못 정해
중 우다웨이도 결국 빈손 귀국
북한의 지난달 6일 4차 핵실험 직후 ‘네 탓’ 공방을 벌였던 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발표를 두고서도 때아닌 ‘따귀’ 논쟁까지 벌이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해하고 있다. 북핵, 장거리 로켓을 둘러싸고 당분간 미-중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2일(현지시각)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발표에 대해 “북한에 대해 제재가 아니라 인내와 대화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온 유관 국가의 뺨을 때린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3일 보도했다. 이 발언은 명백히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존 케리 국무장관이 북한 핵실험 다음날 “중국과의 전화 통화에서, (중국의 대북 접근 방식이) 작동하지 않았으며, 평소대로 일을 계속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중국이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지렛대들을 쓰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인 동시에, 북한의 긴장 고조 행위를 막지 못한 책임을 중국으로 돌려 미국에 가해지는 비판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 따귀론’에 대해 중국도 곧바로 ‘미국 따귀론’으로 맞대응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브리핑에서 “조선은 확실히 유관 국가의 뺨을 때린 것이 맞다. 그 뺨이 누구의 얼굴인지는 그 누군가는 명확하게 알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중국이 아니라 미국의 뺨을 때렸다는 반박인 셈이다.
그 근거로 루캉 대변인은 “공교롭게도 6자회담이 중단되고 유관 방면, 유관 국가가 일방적으로 제재·압력을 강조하는 목소리 속에서, 조선은 한 번 또 한 번 핵실험을 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들었다. 한마디로 북핵 문제가 꼬이게 된 근본적 책임은 중국이 아니라 제재 일변도의 대북 정책을 펴온 미국이라고 꼬집은 것이다.
미-중의 책임 공방은 북한의 핵실험에 이은 장거리 로켓 발사를 막을 뾰족한 수단이 없는 현실을 방증하는 것이다. 미국은 대북 제재를 외치고 있지만, 북한과의 교역이 전무한 상황에서 북한을 아프게 할 수 있는 독자적인 수단이 없다. 중국 역시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고 있지만, 미국이 중국에 대북 협상카드를 건네주지 않은 상태에서 외교적 운신의 폭은 좁을 수밖에 없다.
실제, 중국 쪽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사흘 동안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4일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에) 해야 할 말은 했다. 그러나 결과가 어떻게 될지 지금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언급은 중국의 장거리 로켓 발사 만류에도 북한이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은 채 기존 발사 방침에 변함이 없다는 뜻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외교부는 “우 대표가 방북 기간 리수용 북한 외무상,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6자회담 수석대표인 리용호 외무성 부상과 양자 관계와 한반도 상황을 두고 회담했다”고 했다.
미-중의 ‘네 탓’ 논쟁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 채택 과정에도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안보리는 물론 여러 국면에서 중-미의 대립이 격화할 것이다. 장기간 제재 결의안이 나오지 못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워싱턴 외교소식통도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면) 미국은 안보리에서 제재 수위를 더 높이려 할 것이고 중국은 이미 한반도 안정을 중요시한다고 공표한 만큼 미국의 요구에 협조할 것 같지 않다”며 “당분간 미-중 간 ‘강 대 강’ 대결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워싱턴 베이징/이용인 성연철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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