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각) 워싱턴DC 의사당의 상하원 합동의회에서 임기 마지막 신년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AP /연합뉴스
2013년 이후 3년 연속 북한 문제 언급 안 해
이란 핵협상·쿠바 수교정상화 임기 중 성과로 부각
이란 핵협상·쿠바 수교정상화 임기 중 성과로 부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각) 새해 국정연설에서 최근 4차 핵실험을 실시한 북한에 대해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다. 마지막 임기 1년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치적 중심’의 연설이 기본 뼈대이긴 하지만, 북한에 대한 무관심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13년 북한의 제3차 핵실험 직후 실시한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언급한 이후 3년 연속 북한·북핵 문제를 연설에 담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 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장에서 열린 마지막 새해 국정연설에서 외교안보 분야의 앞부분 쪽에 “오늘날의 세계에서, 우리는 악의 제국보다는 쇠약해지고 있는 국가들에 의해 더 위협받고 있다”며 구체적인 사례를 적시했다. 그는 “중동은 지금 앞으로 한 세대에 걸쳐 펼쳐질 일종의 체제 변화를 겪고 있는데, 이는 1천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갈등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 경제에 대해서는 “과도기를 거치며 경제적 역풍이 불어닥치고 있다”고 언급했으며, 러시아에도 대해서도 “궤도로부터 서서히 이탈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시리아를 떠받치기 위해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인을 보호하고 테러리스트 연결망을 추적하는 것이 최우선 순위라고 언급하면서, 이슬람국가(IS)의 파괴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6일 핵실험을 실시한 북한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없이 넘어갔다.
이러한 배경으로는 첫째, 이번 연설이 주로 지난 7년 임기동안 자신이 추진해온 ‘업적’을 설명하고, 이를 계승하기 위한 ‘비전’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이번 국정연설은 본인의 레거시(업적)를 중심으로 작성을 했다. 북한은 내세울 업적이 안되니까 들어갈 자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중 핵협상을 타결한 이란과 수교를 한 쿠바에 대해서는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의 핵실험에도 오바마 대통령의 언급이 전혀 없었던 점에 비춰보면, 앞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관심을 쏟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번 연설문의 흐름을 보면, 최소한 대외문제에 대해선 지금까지 쌓은 업적을 마무리하고, 이슬람국가 등 주요 현안은 ‘관리’를 하는 수준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해서도 무시를 하거나 최소한의 관리만 할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구조라면, 북한이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또다른 긴장 고조 행위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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