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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숀 펜은 왜 마약왕을 인터뷰 했을까?

등록 2016-01-11 20:01수정 2016-01-12 11:32

왼쪽부터 숀 펜, 호아킨 구스만, 케이트 델 카스티요
왼쪽부터 숀 펜, 호아킨 구스만, 케이트 델 카스티요
탈옥 6개월 만에 다시 붙잡힌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61)이 도주 중일 때 그와 인터뷰를 한 미국 배우 숀 펜(55)과 멕시코 출신 여배우 케이트 델 카스티요(43)를 멕시코 당국이 조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숀 펜이 구스만을 인터뷰한 경위, 구스만과 카스티요의 관계 등도 새롭게 드러나고 있다. 키가 작아 ‘엘 차포’라는 별명을 가진 구스만과의 인터뷰 보도가 적절했는지도 논란이다. 인터뷰는 9일 미국 잡지 <롤링 스톤> 온라인판에 보도됐다.

‘연기파 배우’ 선행·기행으로 화제
부시에 이라크전 중단 공개편지도
“어떤 도망자보다 상상력 자극
미 대중이 마약 공범자 아닌가”
카스티요에 “구스만 만나게 해달라”

멕시코, 숀펜·카스티요 조사 검토
미 정치권도 언론보도에 불편한 기색

카스티요와 구스만의 특별한 관계는 카스티요가 2012년 트위터에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그는 “난 진실을 감추는 정부보다 ‘엘 차포’ 구스만을 더 믿는다”며 “사랑을 거래해요, 당신은 그 방법을 알아요. 인생은 변화가 상품일 수 있는 유일한 사업이지요”라며 ‘개과천선’을 촉구했다. 마약왕을 두둔했다는 구설에 오른 카스티요는 지난해 <시엔엔>(CNN)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의 메시지는 구스만에 대한 칭찬보다는 멕시코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비판이었다고 했다. 의도와 상관없이 그의 메시지는 구스만의 관심을 끌었고, 구스만은 그에게 꽃을 보냈다. 구스만과 카스티요는 메시지를 교환하며 호감과 신뢰를 쌓아왔다. 카스티요는 구스만에게 “당신의 재산을 좋은 일에 쓰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카스티요는 2011년 멕시코 티브이의 인기 드라마에서 ‘여성 마약왕’ 역을 맡기도 했다.

숀 펜은 카스티요가 구스만과 가깝다는 것을 알고 카스티요에게 구스만을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구스만은 탈옥 뒤 자신의 일생을 영화로 만들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었다. 카스티요는 숀 펜과 구스만의 인터뷰가 이뤄지기까지 연락과 운전을 맡았고, 인터뷰 때는 통역까지 했다. 숀 펜은 “구스만이 카스티요에게 직접 문을 열어주면서 마치 집에 온 대학생 딸처럼 따뜻하게 맞았다”고 했다.

세상을 놀라게 한 이번 인터뷰와 관련해 숀 펜은 “미국 시민으로서 나는 정부와 언론이 적으로 선포한 자들을 묘사하는 내용과 다를 수도 있는 것에 대한 탐색에 마음이 끌린다”고 했다. 그는 “오사마 빈라덴 이후 어떤 도망자도 이처럼 공공의 상상력을 자극한 자는 없었다”며 “미국 대중이 우리가 악마시하는 것(마약)의 공범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는 “우리가 (마약) 소비자다. 따라서 우리가 (마약과 관련해) 벌어진 모든 살인, 미국과 멕시코 시민의 삶의 질을 보호해야 할 모든 기관들의 부패에 연루됐다”고 주장했다.

숀 펜은 두 차례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연기파 배우지만, 선행과 기행으로도 여러 차례 화제가 됐다. 2002년 10월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이라크전 중단을 요구하는 공개편지를 <워싱턴 포스트>에 광고로 실었고, 그 일을 계기로 남미의 좌파 지도자였던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친해졌다. 2008년엔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쿠바 지도자인 라울 카스트로와 ‘특종’ 인터뷰를 했다. 구스만과의 인터뷰 시도가 숀 펜에게는 낯설지 않은 일이었던 셈이다. 그는 2010년 아이티 지진 때는 구호재단을 설립해 현지에서 인도주의 활동에 앞장섰다. 1980년대에 한 나이트클럽에서 당시 아내였던 인기 가수 마돈나에게 추근거리는 남성과 주먹다짐을 벌이기도 했다.

숀 펜과 <롤링 스톤>은 보도가 나가기 전에 구스만에게 미리 인터뷰 기사를 보여줬다. 이 때문에 <롤링 스톤>과 숀 펜의 행위를 놓고 언론윤리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구스만이 기사의 내용을 문제삼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10일 멕시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당국이 숀 펜과 카스티요를 돈세탁 관련 혐의로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의회에선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에게 숀 펜과 구스만의 인터뷰를 기록한 음성 녹음이나 동영상 등 모든 관련 자료들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외신들이 11일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정치권도 <롤링 스톤>의 보도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공화당 대선 주자인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10일 <에이비시>(ABC) 방송에 “미국의 자유경제 체제에서 돈을 번 미국 배우가 범죄자이자 마약 밀수꾼에게 알랑거리는 것은 헌법적 권리라 치더라도 기괴한 일”이라고 말했다.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비서실장도 “만연한 마약중독에 대해 구스만이 늘어놓은 허풍이 끔찍하고 화가 난다”고 했다.

그러나 숀 펜이 형사처벌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스티브 콜 미국 컬럼비아대 저널리즘대학원장은 <뉴욕 타임스>에 “도주 중인 범죄자와 독점 인터뷰를 한 것은 기자가 누구이든 간에 합법적인 저널리즘이다”라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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