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명령 발표…규제 당위성 연설
비극적 사건 열거하다 끝내 눈물
총기협 “감성적인 강의” 원색 비난
비극적 사건 열거하다 끝내 눈물
총기협 “감성적인 강의” 원색 비난
“1학년들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자녀를 총탄으로 잃을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을 부모들이 생명과 자유, 행복추구권을 빼앗겼습니다. 그 아이들을 생각할 때마다 미칠 지경입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5일 백악관에서 ‘총기 규제’의 긴급한 당위성을 역설하던 중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렸다. 2012년 12월 미국 코네티컷주 뉴타운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한 청년이 총기를 난사해 어린이 20명을 포함해 모두 26명이 희생된 사건을 언급하면서다. 당시 숨진 어린이는 모두 6~7살의 천진난만한 새싹들이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총기 거래 규제에 관한 행정명령 발표는 그의 대통령 재임 중 공식 석상에서 가장 감성적인 시간이 됐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몇년새 미국의 비극적인 총기 폭력 사건들을 일일이 열거하다가 끝내 눈물을 훔쳤고,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 총기 폭력 희생자 가족들을 초청한 가운데, 샌디훅 초등학교 총격 사건으로 막내아들을 잃은 아빠의 소개로 연단에 올랐다. 대통령 행정명령은 박람회외 온라인 거래를 포함해 미국내 모든 총기 판매자가 연방정부의 면허를 얻고 구매자의 신원조회를 의무화하는 것이 뼈대다.
오바마는 하버드 로스쿨 출신답게 “나는 시민의 총기 보유를 인정한 수정헌법 제2조를 인정한다. 사람들이 아무리 내 말을 곡해해도, 나는 대학에서 헌법을 가르쳤고 그래서 헌법을 조금 안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러나 나는 수정헌법 2조에 부합하면서도 총기 폭력을 줄이는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며 “수정헌법 1조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해서 극장에서 거짓으로 ‘불이야’를 외칠 수 없는 것처럼, 무고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자유를 조금 제약하는 것을 이해한다”고 강조했다.
총기 규제 반대론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총기협회는 성명을 내어 “미국인들은 더 이상 감성적이고 잘난 척하는 강의는 필요하지 않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총기 보유권 투쟁을 다짐했다. 공화당은 총기 규제에 위헌 소송을 내고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삼을 태세다. 공화당 소속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해도 수정헌법 2조를 능가할 수 없다”며 “법정에서 문제가 될 게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무효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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