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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국 ‘반연방’ 목장주들, 연방정부 건물 점거농성

등록 2016-01-04 20:23수정 2016-01-04 21:18

미국 오리건주 번즈의 목장주인 해먼드 부자가 연방 공유지 방화 혐의로 추가 징역형을 받게 된 것과 관련해 2일 번즈 코트애비뉴에서 100여명의 시위자들이 ‘우리는 해먼드 부자를 지지한다’는 손팻말 등을 들고 행진을 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집회 뒤 인근의 연방시설인 멀루어 야생동물보호구역을 점거했다.  번즈/AP연합뉴스
미국 오리건주 번즈의 목장주인 해먼드 부자가 연방 공유지 방화 혐의로 추가 징역형을 받게 된 것과 관련해 2일 번즈 코트애비뉴에서 100여명의 시위자들이 ‘우리는 해먼드 부자를 지지한다’는 손팻말 등을 들고 행진을 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집회 뒤 인근의 연방시설인 멀루어 야생동물보호구역을 점거했다. 번즈/AP연합뉴스
미국 서부 개척 시대의 유산인 ‘공유지’에 대한 사유권을 주장하는 극우 세력이 새해 벽두부터 연방정부 소유 건물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미국 서부 오리건주 하니카운티 번즈의 멀루어 국립 야생동물보호구역 내 일부 건물에 3일 새벽 스스로를 ‘민병대’로 일컫는 이들이 강제로 들어가 점거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들은 하루 전 인근 목장주인 드와이트 해먼드(73)와 아들 스티븐 해먼드(46) 부자에 대한 법원의 최근 결정에 항의해 시위를 벌였던 이들로, 시위대 가운데 일부가 연방 시설인 보호구역까지 침입한 것이다. 점거된 건물은 미 야생동물보호청(USFWS)이 운영하는 관리사무소가 위치한 석조건물 등으로, 새해 연휴로 문을 닫은 상태였다.

오리건주 국립 야생동물보호구역
자칭 ‘민병대’ 새해연휴 강제 침입
서부시대 유산 ‘공유지’ 사유권 주장
당국 “농성자, 연방정부 전복 시도”
주민에 접근금지…공권력 투입 조짐없어

민병대를 이끄는 것은 애먼 번디라는 인물이다. 그의 아버지 클리븐 번디는 2014년 네바다주의 연방 정부 소유지에 소떼를 방목했다가, 연방토지관리국으로부터 소떼를 압류당하자 연방정부 반대 시위를 벌인 바 있다. 그의 활동은 한때 <폭스뉴스>의 뉴스 진행자인 그레타 밴서스테런이나 랜드 폴 상원의원(공화) 등 유명 보수 인사들의 지지를 얻었지만, ‘흑인들이 노예 시절에 더 잘 살았다’는 발언으로 홍역을 치렀다. 현재 아들 번디가 이끄는 민병대와 관련해,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은 10명이 좀 넘는 수준이었다고 전하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 공권력 투입 시 무력으로 맞서겠다고 선언했지만, 무장 여부나 규모는 명확치 않다.

이들은 현재 연방 공유지에 대한 방화 혐의로 각각 3개월, 1년 간 복역했던 해먼드 부자에게 법원이 추가 징역형을 내리려 하는 데 대해 항의하고 있다. 해먼드 부자는 2001년과 2006년 각각 화재 및 외래종 번식으로부터 사유지를 보호하기 위해 ‘맞불’을 놨다. 2001년 맞불은 연방 공유지 140에이커(0.57㎢)로 번졌고, 2006년 맞불은 소방 당국의 ‘방화 금지’를 무시한 것이었다. 연방법원은 이들의 형이 지나치게 가벼웠다며, 4일 법원 출석을 명령한 상태였다.

해먼드 부자는 법원의 명령에 응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유지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조처’라는 이들 부자의 해명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하니카운티 지역의 민심은 연방 정부에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번디 같은 극우주의자들은 이런 불만에 편승했고, 번디는 최근 몇주동안 소셜미디어에서 ‘연방정부가 폭군처럼 권한을 남용한다’고 주장하며 세력을 규합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치안 당국은 3일 성명에서 “이들(번디 일당)은 지역 목장주들을 지지하는 민병대라고 주장하고 있고, 국가와 연방정부를 전복시키려고 시도하고 있으며, 전국적인 운동이 촉발될 것을 바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권력 투입 등의 조짐은 아직 없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오리건주 경찰은 주민들에게 접근 금지를 권고하고 나섰다. 연방 시설을 점령한 번디는 같은 날 “우리는 필요할 때까지 여기에 있을 준비가 돼있다”며 물러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미국의 서부에선 1970~80년대 목장주들을 중심으로 연방 공유지의 관할권 이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온 바 있다. 방목에 따른 ‘풀 값’ 명목의 토지 사용료가 너무 비싸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이를 서부 건조지의 대표적 식물인 산쑥(sagebrush)을 따 ‘산쑥 반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국은 서부 개척 시대 주민 정착 및 개발을 위해 1862년부터 일정 기간 주거한 자영 농민들이 소유권을 갖도록 한 ‘모릴 토지 공여법’을 실시했지만 상당 지역이 불모지였던 탓에 20세기까지 많은 땅이 공유지로 남았다. 이중에는 나중에 환경보호론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삼림 및 과학·자연사 연구 목적을 위한 보호구역이 된 곳도 많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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