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미국·중남미

2700억 날리고…미, ICBM 방어 위성시스템 개발 폐기

등록 2015-12-28 21:00수정 2015-12-28 23:48

정밀추적위성시스템 개념도
정밀추적위성시스템 개념도
미사일 처음부터 추적 구상 ‘PTSS’
2009년 개발 4년만인 2013년에 접어
과학자들 검토 결과 “엉터리” 드러나
적도 상공 위성, 탄두 포착 불가능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케이스”
‘북한이나 이란 같은 국가들의 핵 공격으로부터 미국과 동맹국을 보호하는 획기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다.’ ‘진짜 탄두와 기만탄을 구분할 수 있다.’ ‘다른 대안보다 적은 비용으로 이러한 모든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

미국 미사일방어청의 수장은 물론 의회 의원들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탐지·추적할 수 있는 정밀추적감시위성시스템(PTSS·피티에스에스)의 장점을 이렇게 침이 마르게 홍보해 왔다. 그러나 모두 거짓이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의회·정부 자료 검토 등을 통해 미사일방어청의 주도로 2009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한 피티에스에스가 2억3000만달러(약 2700억원)의 혈세만 낭비한 채 4년 만인 2013년 사실상 폐기됐다고 27일 보도했다.

피티에스에스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이용한 북한·이란의 본토 공격에 대비해 적도 상공에 9∼12개의 군사 궤도위성을 띄워 미사일 발사와 탄두 궤적을 ‘처음부터 끝까지’ 추적한다는 구상에서 시작됐다. 기존 지상 또는 해상 레이더들이 지구의 곡면 때문에 발생하는 탐지 거리와 탐지 속도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취지였다.

미사일방어청이 앞장 서고, 공군·해군 연구소 및 존스홉킨스대의 응용물리연구소 등이 합류했다. 노스롭 그루먼 같은 방산업체의 로비스트들도 예산을 확보하는 데 힘을 실어줬다. 프로그램의 신뢰성에 우려를 표시하는 일부 의원들도 있었지만, 공화당·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방산업계와 연관된 의원들은 지지를 표시했다.

논란이 일자, 의회와 국방부는 전미과학아카데미에 검토를 의뢰했다. 과학아카데미 소속 과학자 16명으로 독립적인 팀이 꾸려졌다. 연구 결과, 미사일방어청의 구상은 엉터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적도 상공에 띄운 궤도위성으로는 북한이나 이란이 발사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탄두를 포착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도 35~45도 사이에 위치한 북한과 이란이 미국 본토를 겨냥한 미사일을 발사하려면 사거리가 짧은 북극 궤도를 이용할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둘째, 북반구를 가로질러 날아오는 미사일을 포착하려면 미사일방어청이 제시한 위성 12개로는 턱없이 부족하고 위성 수가 최소한 2배 이상이 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적도에 위성을 띄우면 지구의 곡면으로 북반구 쪽에 사각지대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면 북반구 쪽에도 위성을 배치해야 한다. 레이더의 탐지 한계와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셋째, 미사일방어청의 주장과 달리 피티에스에스의 센서는 진짜 탄두와 기만탄을 식별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적도 상공이라는 위성의 위치와 적외선 센서의 감지 능력 한계 때문에, 진짜 탄두와 기만탄을 식별하기엔 피티에스에스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넷째, 미사일방어청이 추정한 비용은 향후 20년간 100억달러였지만, 실제로는 적어도 240억~28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미사일방어청은 추정비용을 산출하면서 인공위성 발사나 운영 등에 따른 비용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마지막으로, 전문가들은 피티에스에스에 충분한 예산을 들여 추진하더라도, 현재 군사위성과 레이더가 수행하고 있는 감시·추적 능력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 책임자인 데이비즈 몬테이그 등은 의회 지도자들에게 “피티에스에스를 계속 추진해야 할 어떤 타당한 정당성도 찾지 못했다. 이와 관련된 모든 노력을 중단할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결국 오바마 행정부는 2013년 10월1일 피티에스에스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중단함으로써 이 계획을 폐기했다. 필립 코일 전 미국 국방부 운용시험평가국장은 “피티에스에스의 대실패는 구상 단계에서 제대로 점검만 됐어도 피할 수 있었다”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케이스”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