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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국, 또 총기난사 14명 사망…당국 “테러 가능성 배제안해”

등록 2015-12-03 20:00

2일 미국 샌버너디노 총기난사 사건의 용의자인 사이드 파루크와 타슈핀 말릭이 총격 뒤 타고 도주한 검은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경찰 장갑차량들이 둘러싸고 있다. 용의자들은 범행 4시간 만에 경찰과의 총격전을 벌이다 숨졌다. 샌버너디노/AP 연합뉴스
2일 미국 샌버너디노 총기난사 사건의 용의자인 사이드 파루크와 타슈핀 말릭이 총격 뒤 타고 도주한 검은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경찰 장갑차량들이 둘러싸고 있다. 용의자들은 범행 4시간 만에 경찰과의 총격전을 벌이다 숨졌다. 샌버너디노/AP 연합뉴스
LA 인근 재활센터서 사건 발생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동쪽으로 96㎞ 정도 떨어진 샌버너디노의 발달장애인 복지·재활시설 ‘인랜드 지역센터’에서 2일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적어도 14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2012년 12월 코네티컷주 뉴타운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로 26명이 숨진 이후 최대의 인명 피해다.

범행 동기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수사당국은 ‘계획된 범행’ 쪽으로 심증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테러 세력과의 연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열어놨다. 제러드 버건 샌버너디노 경찰국장은 이날 밤 기자회견을 통해 “범행 동기는 아직 모른다”면서도 “테러리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 테러로 가뜩이나 신경이 예민해진 상황에서 범인들이 ‘자생적 테러리스트’ 등으로 밝혀질 경우 미국 사회에 던지는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범행 동기와는 별개로, 정치권에서 총기 규제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 범행 순간 및 현장

검은 복면과 군복 차림에 자동소총과 권총으로 무장한 범인들은 이날 오전 11시께 ‘인랜드 지역센터’에 난입해 총기를 난사했다. 센터 행사장에선 샌버너디노 카운티 공중보건부 직원들이 송년행사를 하고 있었다.

범인들이 총을 난사하자, 사람들은 사무실로 흩어져 몸을 숨겼다. 책상 밑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데니스 페라자(27)는 <엘에이 타임스>에 “범인들이 30초 동안 무차별적으로 총을 난사했으며, 잠시 뒤 실탄을 장착하고 다시 총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페라자는 범인들이 떠난 뒤 5분간 침묵이 흘렀으며, 다시 문이 열린 뒤 경찰들이 행사장으로 들어왔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14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친 상태였다. 중상을 입은 피해자들이 많아 사망자는 더 나올 가능성이 높다.

911 신고를 받은 경찰은 범행 4분 뒤 현장에 도착했으며, 범인 수색을 위해 인근 지역의 시 정부, 공공기관, 기업 내 사람들의 이동을 금지시켰다. 또한 경찰은 총격 현장에서 폭발물이 설치돼 있는 것을 발견해 이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송년 행사장서 범행
복면·군복 차림에 총기 무장
30초동안 무차별 난사…또 난사
경찰, 범행 4분만에 현장도착
설치된 폭발물도 발견 제거

4시간 추적 끝 범인 2명 사살
28살 남성은 파키스탄계 미국인
부친 “아들은 독실한 무슬림”
사살된 여성과는 부부관계 추정
수사당국 ‘계획된 범행’ 심증 굳혀

■ 범인 및 범행 동기

범인들은 총격을 가한 뒤 검은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도주했다. 경찰은 차량 추적 끝에 범행 4시간 만에 총격전을 벌여 남성 1명과 여성 1명을 사살했다. 경찰은 총격전이 벌어졌던 근처에서 달아나던 인물 1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 연루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버건 경찰국장은 숨진 범인 두 명 가운데 남성은 사이드 파루크(28)이며 미국에서 태어났다고 밝혔다. 숨진 여성은 타슈핀 말릭(27)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지만 결혼이나 약혼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버건 국장은 설명했다. 미 언론들은 두 사람이 2년 전에 결혼했다고 전했다. 파루크의 동료들은 그가 올 봄에 한달 가량 사우디아라비아 여행을 다녀온 뒤 결혼 소식이 돌았다고 전하고 있다. 파루크의 부모는 파키스탄 출신이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독실한 무슬림이었다고 했다.

파루크는 샌버너디노 카운티의 환경보건 검사관으로 5년 동안 근무하고 있으며, 이번 송년 행사에도 참석했다. 버건 국장은 “파루크가 행사 도중 언쟁을 벌이고 나갔다 돌아와서 총을 쏜 것은 맞지만 충동적으로 범행을 한 것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파루크의 범행 동기는 불분명하다. 경찰도 아직 구체적인 동기를 파악하지는 못하고 있다. <엘에이 타임스>는 파루크가 상당히 조용한 편이고 지난해 부서 송년행사에도 참석했으며, 동료들이 파루크를 위해 임신 축하파티를 열어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파루크는 육아 휴직을 한 뒤 최근 직장으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가 매우 점잖았으며 원한을 갖고 있었던 일도 없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경찰은 테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테러로 밝혀진 경우라도, ‘자생적 테러’냐,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된 것이냐에 따라 충격파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버건 경찰국장은 이슬람국가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다”며 상당히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 정치권 반응

범인들은 2자루의 자동소총과 2자루의 반자동 권총을 갖고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들이 범행에 사용한 총들은 모두 ‘합법적으로’ 구입한 것이다. 이에 따라 범행 동기가 구체적으로 밝혀지기 전까지는 정치권에서 총기 규제 문제가 다시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건 발생 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시비에스>(CBS) 방송에 나와 더 강력한 신분 조사 등 엄격한 총기 관련법이 미국을 더 안전하게 할 것이라며 총기 규제 강화를 주장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도 트위터를 통해 “정상적인 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제 총기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행동에 나서야만 한다”고 강조했으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소름끼치고 무분별한 총기 폭력을 멈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반면, 공화당 대선 후보들은 “희생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위해 기도한다”(벤 카슨 전 신경외과 의사) 등 총기 규제보다는 주로 ‘애도’에 초점을 맞췄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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