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맞서 진지한 조처”
캐나다 총리, 실망…“결정 존중”
캐나다 총리, 실망…“결정 존중”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파리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앞두고, 7년간 검토해 온 키스톤 엑스엘(XL) 송유관 사업을 불허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키스톤 송유관 사업은 오일샌드 생산지인 캐나다 앨버타 주와 정유 시설이 있는 미국 텍사스 주의 멕시코만을 송유관으로 연결하는 대규모 사업으로, 환경단체들은 이에 거세게 반발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6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은 기후변화에 맞서 진지한 조처들을 취하고 있는 세계 지도자가 됐다”며 “솔직히 말해, 이 프로젝트를 승인하면 미국의 세계적 리더십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송유관 사업이 찬성 쪽 사람들의 약속처럼 미국 경제의 묘책이 되지도 않을 것이며, 또 일부 사람들(환경론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기후 변화 재앙으로 가는 지름길이 되지도 않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송유관 찬성론자나 반대론자의 관점을 모두 거부하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미국의 주도권이라는 전략적 관점에서 송유관을 불허했음을 뜻한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도 기후변화협약 총회를 염두에 둔 결정이라면서 “지구상에서 가장 더러운 원유를 추출하는 송유관을 건설하는 것은 오바마 행정부의 기후변화 의제를 저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8년 공화당 의원들의 주도로 의회에 처음 상정된 ‘키스톤 법안’은 찬성론자들과 반대론자들의 주장이 팽팽히 대립됐다. 공화당 쪽은 2700㎞를 잇는 이 사업을 통해 일자리가 창출되고 에너지 자립도가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송유관이 지나가는 주의 민주당 의원들도 찬성에 가세했다. 그러나 환경론자들은 오일샌드에서의 원유 추출 과정이 전통적인 원유생산 과정보다 17%가량 더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원유 운송단가 인하에 따른 사용량 증가로 탄소가스가 더 배출될 것이라고 맞서왔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에 실망을 표시하면서도 미국 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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