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과정 초기 범죄경력 묻지 않게
오바마, 사법개혁 행정명령 서명
재소자 사회복귀 돕는 제도 공식화
직업훈련에 3년간 800만달러 지원도
오바마, 사법개혁 행정명령 서명
재소자 사회복귀 돕는 제도 공식화
직업훈련에 3년간 800만달러 지원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연방공무원 채용 시 선발과정 초기에는 범죄 경력을 묻지 않는 것 등을 뼈대로 하는 형사·사법 개혁 행정명령에 2일 서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연방교도소 재소자 6000여명을 조기에 석방하는 등, 임기말에 형사·사법 시스템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 등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연방인사관리처(OPM)에 채용 절차 후반까지는 구직자의 범죄 경력을 묻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자칫 구직자들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을 갖기도 전에 채용이 거부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법집행 기관이나 국가안보 및 민감한 직책의 경우에는 예외로 하기로 했다. 지금도 사실상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번 발표는 이를 공식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재소자의 사회복귀를 도와주는 민간단체들은 이른바 ‘밴 더 박스’ 운동을 벌여왔다. 범죄 경력이 있는 사람들은 조그마한 네모칸에 표시를 하게 돼 있는데, 이 때문에 고용주들이 채용을 기피하면서 재소자들의 사회복귀가 어려워지자 이를 금지하자는 주장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표는 이런 측면에서 연방정부가 직접 나서 범죄 경력자들의 재기를 도와주겠다는 상징적인 의지를 담고 있다. 또 미국의 대표적인 유통업체인 타깃, 월마트, 홈데포 등 일반기업과 캘리포니아 등 19개 주정부가 이미 ‘밴 더 박스’를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발표는 이를 다른 기업이나 주정부에도 촉구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민간단체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연방정부 협력업체들에게도 같은 지시를 할 수 있는데도 이날 발표에서 제외한 것에 다소 실망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측근들은 그의 퇴임 뒤에도 이런 조처가 유지될 수 있도록 의회에 상정된 법안이 통과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지난 9월 의회에 상정된 ‘공평한 기회법’에는 연방정부뿐 아니라 협력업체들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외에도 이날 출소자들의 직업훈련을 위해 향후 3년간 800만달러의 정부지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또 국가 정보센터를 만들어 출소자들이 범죄 기록을 없애거나 봉인하는 것을 도와주기로 했으며, 공공기관이 임대주택 거주 조건을 결정할 때 사용하는 범죄기록 관리 지침을 새로 만들어 출소자들의 입주 기회를 늘려주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지난 7월 남부 오클라호마 주 엘리노의 연방교도소 방문을 기점으로 형사·사법 개혁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단순 비폭력 마약사범 등 6000여명을 조기 석방했으며, 마약 등 범죄자에게 무조건 일정 기간 이상의 형량을 선고하도록 한 ‘최소 의무형량’ 제도를 연말까지 폐지 또는 완화할 것을 의회에 요청하기도 했다.
1980년대와 90년대 ‘범죄와의 전쟁’을 거치면서 가벼운 마약사범까지 마구잡이로 잡아들인 탓에 1978년 기준 30만7000명이었던 미국 재소자는 2003년 157만6000여명으로 5배 이상이나 늘었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이 세계 인구의 5%를 차지하지만, 세계 재소자 비율로는 거의 25%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뉴저지주 최대 도시인 뉴어크의 마약치료센터를 방문해 “어려운 시기를 경험한 사람들이 실수를 했지만, 조금만 도와주면 그들은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다. 우리는 거기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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