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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납치·살해·성폭력…범죄조직 폭력 만연…북·중미 4개국 ‘피난하는 여성들’

등록 2015-10-29 19:45수정 2015-10-29 22:17

유엔난민기구 실태조사 보고서
미 밀입국 난민 신청자 4만명
어린이 6만6천명 밀입국 감행도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세계적 난민 위기는 중동이나 아프리카에 국한되지 않는다. 아메리카 국가들에서도 난민 위기가 펼쳐지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는 28일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와 멕시코 일부 지역에서 초국가적 범죄조직의 폭력이 만연하고 있다”며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수많은 여성 약자들이 목숨을 구하려 (살던 곳에서) 도망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난민기구는 이날 낸 ‘피난하는 여성들’이란 보고서에서 특히 여성과 어린이 난민에 주목했다.

이 기구가 최근 북·중미 4개국에서 미국으로 피신한 여성 160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대다수가 가족의 납치와 살해, 성폭행, 갈취, 자녀 탈취 등 범죄조직의 끔찍한 폭력에 시달렸다. 엘살바도르 출신의 노르마(가명)는 “경찰관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무장 괴한들에게 납치돼 집단 성폭행을 당했으며, 범죄피해 신고를 했지만 되레 살해 위협을 받았고 신변보호는 기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일부 여성들은 밀입국 과정에서 브로커들에게 성폭행을 당해 임신할 것을 우려해 피임약까지 먹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에만 이들 나라에서 브로커 조직에 돈을 주고 미국으로 밀입국한 난민 신청자가 4만명으로, 2008년에 견줘 5배나 늘었다. 같은 기간에 미국이 아닌 인접국으로 피신한 여성은 무려 13배나 폭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뿐만 아니라 6만6000여명의 어린이들이 가족과 함께, 또는 혼자 미국으로 밀입국을 감행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북·중미 4개국 출신 여성 1만6077명의 난민 신청자 중 82%가 “돌려보낼 경우 박해와 고문을 받을 상당한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난민으로 받아들였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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