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트럼프, 카슨, 부시, 루비오, 피오리나.
미국 대선 공화 레이스 ‘혼전’
의사출신 카슨, 처음 트럼프 제쳐
부동층은 71%…한달전보다 증가
부시·루비오도 살아있는 ‘불씨’
29일 TV토론회 경쟁 격화 예상
의사출신 카슨, 처음 트럼프 제쳐
부동층은 71%…한달전보다 증가
부시·루비오도 살아있는 ‘불씨’
29일 TV토론회 경쟁 격화 예상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이 혼전으로 치닫고 있다. 몇개월 동안 부동의 지지율 선두를 달리던 ‘부동산 갑부’ 도널드 트럼프가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신경외과 의사 출신인 벤 카슨한테 처음으로 1위를 내주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8일 열리는 공화당 3차 텔레비전 토론회를 통해 새로운 여론 지형이 만들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뉴욕 타임스>와 <시비에스>(CBS) 방송이 지난 21∼25일 공화당 성향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전국 단위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해 27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카슨은 26%의 지지를 얻어 22%에 그친 트럼프를 오차범위 안에서 따돌렸다. 최근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아이오와주에서 카슨이 트럼프를 누른 여론조사 결과가 몇차례 나오긴 했지만,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승기를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8%),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7%), 칼리 피오리나(7%) 등은 두 사람을 따라잡기에는 아직 힘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트럼프와 카슨의 지지기반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뉴욕 타임스>는 “카슨은 복음주의자들과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는 유권자층에서 지지를 얻은 반면, 트럼프는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층과 복음주의자가 아니라고 대답한 유권자층에서 더 지지를 얻었다”고 밝혔다. 여성들한테서도 카슨이 트럼프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카슨의 상승세가 굳어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당장 이번 여론조사만 봐도 응답자 가운데 10명 중 7명(71%)은 지지 후보를 완전히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런 부동층은 한달 전(63%)보다 되레 많아진 것이다. 그만큼 유권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지지 기반도 아직은 트럼프가 더 견고한 편이다. 트럼프를 지지한 유권자 가운데 54%가 마음을 굳혔다고 답했지만, 카슨 지지자 가운데는 19%만이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엇비슷한 경쟁력을 가진 후보군들이 난립해 이번 경선과 양상이 흡사했던 2012년 대선 때 공화당 경선 사례를 봐도, 앞으로 7개월 이상 남은 장기 경선 레이스에서 선두주자가 바뀔 가능성은 얼마든지 남아있다. <리얼클리어 폴리틱스>의 당시 자료를 보면, 2011년 4월부터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되기까지 1년여 동안 롬니→릭 페리(전 텍사스 주지사)→롬니→허먼 케인(전 갓파더스 피자 최고경영자)→뉴트 깅그리치(전 하원의장)→롬니→깅그리치→롬니→릭 샌토럼(전 상원의원)→롬니로 1위 주자가 9차례나 엎치락뒤치락 바뀌었다.
게다가 내년 2월부터 시작되는 경선 투표가 가까워질수록 전략적으로 투표하는 경향에 비춰볼 때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다크호스로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이 가장 기피하는 공화당 쪽 후보가 젊음과 패기로 무장한 루비오 의원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가문의 영광’을 등에 업고 조직력과 자금력이 건재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도 아직은 살아있는 불씨다. <뉴욕 타임스>는 “공화당 경선 레이스는 불확실성에 사로잡혀 있다”며 “28일 티브이 토론에서 부동층의 지지를 얻기 위한 주자들의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지지율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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