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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 ‘일대일로’ 관문서 무력시위…‘신 그레이트 게임’ 본격화

등록 2015-10-27 20:07

스프래틀리 군도에 만든 인공섬 12해리안 진입
미 “인공섬은 중 영해 아니므로 국제법상 적법”
중 “경거망동 말라…고의적인 도발엔 단호 대응”
미국 해군 구축함이 27일 중국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남중국해 인공섬 12해리(22㎞) 안으로 진입하는 작전을 펼치고, 중국은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미-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2010년의 갈등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한국의 확실한 태도를 요구한 바 있어, 미-중 갈등이 심화될 경우 한국 외교도 또다시 어려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 언론들은 국방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유도 미사일을 장착한 구축함 라센호가 이날 오전 남중국해의 ‘수비 환초’(중국명 주비자오) 12해리 안쪽으로 몇시간 동안 항해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미 해군의 대잠초계기 P-8A과 P-3이 구축함을 호위했다고 전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작전을 승인했으며, 미국은 강력한 항의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취지에서 중국에 이를 사전통보하지 않았다.

중국은 남중국해를 항해하는 어선이나 화물선 등의 통행 보호를 명분으로 2013년 말부터 ‘수비 환초’와 ‘미스치프 환초’ 등에 활주로와 막사, 등대 등 구조물을 짓기 시작했다. 미국은 이를 군사용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인공섬을 만들기 시작한 이후 미국 군함이 근해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중국해 영토문제를 자국의 핵심이익이라고 주장해 온 중국은 미국의 이번 ‘무력 시위’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27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연구토론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경거망동하지 말고 공연히 평지풍파를 일으키지 말길 바란다”며 강한 어조로 미국을 비난했다. 루캉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중국은 미군 구축함을 감시·추적하면서 경고했다”며 “어떤 국가의 고의적인 도발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대해 미국은 표면적으로는 국제법적 근거를 들이대며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제법적으로 밀물 때 바닷속으로 잠기는 섬은 영토로 인정하지 않는데, 중국이 간척 공사를 벌여 의도적으로 인공섬을 만들어 왔다는 것이다. 인공섬 주변은 중국의 영해가 아니므로 항행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게 미국의 논리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남중국해 제해권을 둘러싼 미-중간 힘겨루기가 숨어있다. 옛소련 붕괴 이후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군함과 잠수함까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항행의 자유를 누려왔다.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도 경제 규모와 군사력이 커지면서 미국의 봉쇄에 대비해 상업적·군사적 해로의 확보가 중요해졌고, 이에 따라 미국의 정찰기나 잠수함을 남중국해 밖으로 밀어내며 영향권을 확보하는 문제가 시급해졌다. 남중국해 문제가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필리핀은 물론, 한국·일본·인도 등 아시아 상당수 국가의 경제적·군사적 이해관계와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이는 곧 아시아 패권을 둘러싼 미-중간 경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런 맥락에 비춰볼 때,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 국방부 관리들도 이번 작전이 일회성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으며, 중국도 당장의 군사적 대응을 하지는 않겠지만 인공섬 구축과 군사력 강화를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 베이징/이용인 성연철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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