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72) 미국 부통령
“장남 사망 애도 분위기 계속…선거운동 준비 안돼”
클린턴 전 국무장관 민주대선 경선 유리한 고지 선점
클린턴 전 국무장관 민주대선 경선 유리한 고지 선점
‘오바마 맨’으로 알려진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3개월 가량의 장고 끝에 민주당 대선 경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경선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간의 ‘2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특히, 지지기반이 상당히 겹쳐 그의 출마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상당히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부통령은 21일(현지시각)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부인인 질 바이든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5월 큰아들 사망 이후) 나와 가족이 애도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선거 운동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닫혔다”며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큰아들은)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었다. 가족이 준비돼있지 않는 한 나는 출마할 수 없다”며 “다행인 것은 가족 모두가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장남인 보 바이든은 지난 5월 뇌종양으로 숨졌다.
앞서, 바이든 부통령의 장남이 숨지기 전 아버지가 대통령이 되기를 원했다는 소식이 알려지고, 클린턴 전 장관이 이메일 스캔들로 지지율이 답보상태를 보이면서 민주당 내부에서 ‘바이든 대안론’이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상대하기 껄끄러운 클린턴 전 장관보다는 ‘오심’으로 통하는 바이든 부통령을 밀고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 바 있다.
바이든 부통령의 공식적인 경선 출마 포기는 결국 ‘클린턴의 승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뉴욕 타임스>는 “보이지 않는 경선에서 바이든이 클린턴에게 패배했다”며 “장막 뒤 엘리트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경쟁에서 클린턴이 자신에 대한 주류의 반대자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바이든 부통령과 지지기반이 겹쳤던 중도층과 유색 유권자, 노년층 연합을 형성해 샌더스 의원의 핵심 지지층인 ‘진보적 백인층’에 맞설 수 있는 유리한 기회를 얻게 됐다.
그러나, 바이든 부통령은 “대선 후보가 아니더라도 조용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민주당 경선 과정에 어떤 형태로든 적극 개입할 것임을 내비쳤다. 실제로 그는 기자회견에서 연설의 여러 부분에 걸쳐 클린턴 전 장관을 ‘성토’하기도 했다. 그가 클린턴 전 장관의 이름을 꼭 찍어서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레거시’(유업)에서 벗어나거나 이를 뒤집으려고 한다면 이는 비극적 실수가 될 것”이라며, 최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을 놓고 오바마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는 클린턴 전 장관을 비판했다.
또한 클린턴 전 장관이 지난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후보 첫 텔레비전 토론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아니라 공화당 의원들이 자신의 적’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두고서도 “공화당 의원들은 우리의 반대 세력이긴 하지만 우리의 적은 아니다”라며, “국가를 위해 우리는 함께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클린턴 전 장관이 중동이나 다른 지역에서 옹호해온 ‘매파적 개입주의’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나쁜 사람들이 나쁜 짓을 할 때 우리가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며 “그런 주장은 우리의 아들과 딸을 전선에 세우고 그들을 위험에 처하게 만드는 미국의 개입주의에 대한 충분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점에서, 이는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이라는 풀이도 가능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바이든을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삼은 것은 그의 정치 역정에서 가장 현명한 결정이라며 여러 차례 바이든 부통령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보낸 바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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