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라이언. 연합
첫 40대 하원의장 탄생하나
미국 의회의 차기 하원의장으로 그동안 출마를 거부하던 폴 라이언 공화당 의원(하원 예산위원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라이언 의원은 45살로, 그가 하원의장이 될 경우 첫 40대 의장으로 기록된다. 하원의장은 미국 내 공식 서열로만 따지면 ‘넘버 3’이며, 대통령 유고시 상원의장 다음으로 임무를 대행하는 등 의회와 행정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미국 언론은 20일(현지시각) 라이언 의원이 ‘조건부’로 하원의장에 출마할 생각을 시사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공화당이 다수당이기 때문에 공화당 안에서 이견이 없으면 라이언 의원은 자연스레 하원의장이 된다. <시엔엔>(CNN> 방송은 “라이언 의원이 하원의장으로 기꺼이 봉사할 생각이 있으며, 이번 주 안에 결정하겠다는 뜻을 공화당 하원의원들에게 밝혔다”고 보도했다. 다만, 그는 공화당 내 강경 보수 성향의 프리덤코커스 등 주요 3그룹의 지지를 얻는 경우에만 출마하겠다는 ‘조건’을 걸었다고 방송은 전했다. 이외에도 그는 현직 하원의장을 몰아내는 것을 더 까다롭게 바꾸는 등의 몇가지 조건도 더 내걸었다. <뉴욕 타임스>도 라이언 의원이 출마를 시사한 뒤 “하원의장은 자금 모집보다는 당과 하원의 메시지를 소통시키는 데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공화당은 하원의장 선출을 둘러싸고 내홍에 휩싸였다. 존 베이너 전 하원의장이 강경파의 등살에 밀려 지난 9월말 퇴임을 발표한 뒤, 차기 하원의장으로 유력시되던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마저 당내 투표 직전 경선 포기를 전격적으로 선언했기 때문이다. 40명 안팎으로 구성된 티파티 성향의 프리덤코커스가 민주당과의 전투에서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두 사람을 축출하는 데 앞장섰다.
라이언 의원은 파벌적인 공화당 내에서도 비교적 당을 단결시킬 수 있는 유일한 의원으로 간주돼 왔다. 하지만 베이너 의원의 지지 선언 등에 불구하고 라이언 의원은 강경파들이 득세하는 당내 역학 구도 등을 고려해 하원의장 출마에 지극히 부정적이었다. 공화당의 지도부 공백 상태가 이어지면서 주변 출마 압력이 거세지자, 내부 여론에 떠밀려 출마를 결심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하원의장 후보 가운데 한명인 제이슨 샤페즈 의원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후보를 사퇴하고 라이언 의원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는 라이언 의원이 당내 강경 의원들의 지지를 얻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강경파들은 여전히 라이언 의원의 하원의장 출마에 차가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라이언 의원은 하원 예산위원장을 맡고 있는 8선 의원으로, 2012년 대선 당시 밋 롬니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 후보로 출마한 경력이 있다. 게다가 2013년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을 볼모로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폐지를 둘러싼 예산안 다툼을 벌일 때 당내 강경파를 설득해 민주당과 합의를 끌어내면서 정치력을 인정받았다. 또 그의 ‘빈곤퇴치 캠페인’이 호응을 얻으면서 유력 대선후보로까지 거론됐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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