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일랜드 노동당수등 유통 혐의로 수사
핵자금 차단나서…북-미 이상기류 조짐
핵자금 차단나서…북-미 이상기류 조짐
미국 수사당국이 100달러짜리 위조지폐의 주생산지를 북한으로 보고 전세계적인 수사를 벌이면서, 이 문제가 북-미관계에 미묘한 파장을 던지고 있다.
미 사법당국은 션 갈렌드(71) 북아일랜드 노동당 당수 등 6명을 북한과 공모해 위조 달러를 대량 유통시킨 혐의로 미국 법원에 정식 기소했다고 12일(현지시각)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미국이 북한을 위조 달러 생산지로 지목해 법원에 기소한 것은 처음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미 법무부는 기소장에서, ‘슈퍼노트’로 불리는 100달러 위폐가 북한당국의 개입 아래 북한에서 만들어졌으며 북한인들이 위폐 유통에 연루됐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이 1996년 100달러짜리 지폐 도안을 바꾸자, 북한도 이에 맞춰 새롭게 위폐를 만들었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갈렌드는 1990년대부터 1백만달러 이상의 위폐를 북한으로부터 구입해, 영국과 동유럽에 유통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갈렌드는 지난 7일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의 한 호텔에서 미 재무부 비밀수사팀과 영국 범죄수사단의 합동작전으로 체포됐다. 갈렌드는 아일랜드공화군(IRA)에서 떨어져 나온 ‘공식 아일랜드공화군(OIRA)’의 지도자로, 미국은 그의 신병 인도를 영국에 요청했다.
미 수사당국의 북한산 위폐나 마약밀매 단속은 최근 들어 부쩍 강화되고 있다. 지난 8월엔 북한산 위폐나 마약을 미국에 들여오는 밀수조직 50여명이 한꺼번에 붙잡혀 현지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이 조직에 잠입한 연방수사국(FBI) 남녀 비밀요원 2명이 뉴저지 애틀랜틱시티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면서 핵심 조직원들을 초청했고, 연방수사국은 식장에서 손쉽게 대규모 밀수조직을 일망타진할 수 있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북한의 위폐·마약 밀매에 대한 미 사법당국의 전세계에 걸친 수사와 밀접히 관련돼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수사의 주된 목적은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으로 흘러들어가는 자금 흐름을 차단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 수사관계자는 “이것이 작전의 끝이 아니다. 갈렌드 사건은 평양의 불법사업이 전세계적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신문은 갈렌드 체포가 북-미간 대화가 진행되는 민감한 시기에 터졌다며, “상대국의 통화를 위조하는 나라와 협상을 진행할 수는 없다”는 어느 수사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애덤 어럴리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위폐 제조가 북-미관계 진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위폐 제조·유통 문제가) 6자회담의 논의 주제는 아니다”라며 “(그러나) 그들의 불법 행위는 명백히 (북-미 관계 개선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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