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의 차기 하원의장 선출이 유력시되던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가 8일(현지시각) 경선 포기를 전격 선언했다. 하원의장은 대통령 유고 시 상원의장 다음으로 임무를 대행하는 자리로, 의회와 행정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공화당 내에서 하원의장 후보를 뽑는 비공개회의 시작 30분 전인 이날 오전 11시30분. 공화당 강경파의 공세에 밀려 2주 전에 사임한 존 베이너 의장은 홀가분한 표정으로 기자들과 잡담을 했다. 매카시의 하원의장 선출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정오가 조금 지나 회의장에 들어온 매카시는 “나는 적임자가 아니다”라는 폭탄선언을 했다.
그의 경선 포기는 그의 ‘설화’가 발단이 됐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모든 이가 (힐러리) 클린턴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우리는 벵가지 특위를 꾸렸다. 현재 그녀의 지지도가 어떤가? 떨어지고 있다. 왜? 믿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벵가지 특위’가 클린턴 전 장관에게 정치적 타격을 주기 위해 만들었음을 ‘자랑스럽게’ 밝힌 것이다. 벵가지 특위는 2012년 리비아 무장집단이 리비아 소재 미국영사관을 공격해 미국인 4명이 숨진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설치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벌떼같이 일어났다. 공화당 내에서도 티파티 중심의 강경파들이 반대표를 던지겠다며 공세를 펼쳤다. 하원의장 당선이 위태로워지는 상황이 된 것이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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