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품 개방수준 빼곤 쟁점 해소
12개 참여국 GDP, 세계경제의 37%
한국, 거대시장 참여싸고 논란 일듯
12개 참여국 GDP, 세계경제의 37%
한국, 거대시장 참여싸고 논란 일듯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티피피)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12개 당사국 장관급 각료들이 닷새 동안 마라톤협상을 벌인 끝에 거의 타결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피피 협상 타결이 가시권으로 들어오면서 국내에서도 티피피 가입 여부를 놓고 논란이 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티피피는, 일본·오스트레일리아·말레이시아·베트남·캐나다 등 12개 참여국의 국내총생산(GDP) 합계가 세계 경제의 거의 40%에 이르러 ‘메가(거대) 자유무역협정(FTA)’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외신 보도와 워싱턴 소식통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달 30일부터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티피피 협상을 벌여온 12개국 각료들은 4일(현지시각), 마지막 3대 쟁점 가운데 자동차부품 원산지 문제와 의약품 특허 보호기간에 대해서는 합의에 도달했다. 미국과 일본이 주로 이해당사자였던 자동차부품과 관련해선, 미국은 티피피가 출범하는 즉시 일본산 자동차부품 가운데 80% 이상에 대해 수입관세를 철폐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 7월 하와이 티피피 각료회의 당시의 50%보다 미국이 더욱 양보한 것이다.
의약품 특허 보호기간을 놓고 날카롭게 맞섰던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는 ‘사실상 8년’으로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대다수의 의약품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은 12년을, 오스트레일리아를 비롯한 칠레·페루 등 대다수의 협상국은 5년을 주장하며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하지만 3대 쟁점 중 하나인 유제품 수입개방 수준을 놓고 캐나다와 뉴질랜드가 맞서면서 이날 예정됐던 ‘타결 기자회견’이 하루 뒤로 연기됐다. 유제품이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뉴질랜드는 중국의 경기 둔화로 수출이 줄자, 캐나다 등에 유제품 수입을 대폭 확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오는 19일 총선을 앞두고 있는 캐나다 정부는 정치적 이유를 들며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 소식통은 “분위기는 타결 쪽으로 가고 있지만, 일괄타결 방식이기 때문에 막판에 틀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끝장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이번 각료회의에서 유제품 관련 이견을 좁혀 ‘원칙적 타결’에 성공하면, 세계적 차원에서 상당한 경제적·국제정치적 의미를 띠게 된다. 우선 경제적 측면에서, 12개 참여국의 국내총생산 합계가 세계 경제의 37.1%, 교역액 합계는 세계 교역의 25.7%에 이른다. 다자간 거대 단일 시장이 탄생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 일본의 비중이 절대적이어서, 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 자명하다.
국제정치적 측면에선, 티피피는 오바마 미 행정부의 ‘아시아 중시’ 정책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오바마 행정부는 위기의 충격이 덜했던 아시아 경제의 활력에 주목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를 자양분 삼아 경제적 재기를 모색하는 전략을 세우고, 2010년부터 티피피를 야심차게 밀어붙였다. 여기에는 경제력을 회복하지 못하면 아시아에서 미국의 외교·안보와 관련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전략적 인식도 깔려 있었다. 아시아 중시 정책이 군사적 측면에서 한·일·오스트레일리아 등 동맹간 군사네트워크를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티피피는 중국을 배제함으로써 경제적 영향력을 축소하려는 의도도 담고 있다.
우리나라는 티피피 협상 참여 12개국 가운데 일본·멕시코를 뺀 10개국과 모두 양자 자유무역협정을 이미 타결·발효한 상태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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