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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콜롬비아, 반세기 내전 막 내린다

등록 2015-09-24 20:15수정 2015-09-24 22:18

산토스 대통령-FARC반군 지도자
첫 대면·악수…3년간 협상 결실
내년 3월 이전 평화협정 체결
교황, 협상에 큰 영향력 ‘보도’
반세기에 걸친 콜롬비아 내전을 끝낼 평화협상에 합의한 23일, 쿠바 아바나의 기자회견장에서 라울 카스트로(가운데)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후안 마누엘 산토스(왼쪽) 콜롬비아 대통령과 좌파 게릴라 반군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지도자 로드리고 론도뇨(오른쪽)가 맞잡은 두 손을 감싸고 있다.  아바나/EPA 연합뉴스
반세기에 걸친 콜롬비아 내전을 끝낼 평화협상에 합의한 23일, 쿠바 아바나의 기자회견장에서 라울 카스트로(가운데)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후안 마누엘 산토스(왼쪽) 콜롬비아 대통령과 좌파 게릴라 반군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지도자 로드리고 론도뇨(오른쪽)가 맞잡은 두 손을 감싸고 있다. 아바나/EPA 연합뉴스
콜롬비아 내전이 반세기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과 콜롬비아 좌파 게릴라 반군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지도자인 로드리고 론도뇨가 23일 직접 만나, 향후 6개월 안에 최종 평화협상을 맺기로 합의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들이 전했다.

양쪽은 내전 관련 특별법원과 진실위원회 설치, 범죄자 처벌과 사면 등 포괄적인 화해와 평화 협상안에 합의했다. 또 반군은 앞으로 60일 안에 모든 무기를 내려놓기로 했다. 양쪽의 합의가 지켜지면, 내년 3월23일로 콜롬비아는 1964년 공산주의 혁명세력과 토착 농민들이 결합한 콜롬비아무장혁명군이 결성돼 우파 정부들과 무장투쟁을 벌여온 지 51년 만에 내전이 공식 종료된다. 콜롬비아 내전은 반군과 마약조직의 결탁으로까지 변질되면서 지금까지 22만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수백만명의 전쟁 이재민을 낳았다.

산토스 대통령과 론도뇨는 최근 3년 가까이 정부 쪽과 반군이 집중적인 협상을 벌여온 쿠바 아바나에서 처음 만나 협상안에 서명한 뒤 굳게 손을 맞잡았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도 함께 손을 포갰다. 양쪽은 공동성명에서, 지난 50년간 자행된 인권침해 범죄를 처벌하는 방식에 합의함으로써 지금까지 평화협상의 마지막 걸림돌을 극복했다고 발표했다. 내전 종식의 전망은 어느 때보다 밝아보인다. 산토스 대통령은 “평화를 위한 시간이 왔다. 우리는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론도뇨도 “우리는 오랫동안 휴전을 주장해왔으며, 6개월 이전이라도 평화협상에 최종 합의할 준비가 돼있다”고 화답했다.

이날 합의는 전쟁범죄 처벌 및 사면과 희생자 보상 등을 놓고 양쪽이 팽팽히 맞서온 이견이 극적으로 좁혀지면서 급물살을 탔다. 산토스 대통령은 새로 적용될 특별법은 반군 가담자들뿐 아니라 정부군과 부유한 지주들의 용병 노릇을 한 우파 민병대원 등에 똑같이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우선, 특별법안은 전쟁범죄나 인도주의에 반하는 범죄를 제외하고는 폭넓은 사면 조처를 취하도록 했다. 또 피의자가 범죄를 먼저 자백할 경우 5~8년형으로 처벌을 경감하며, 구금 형태도 감옥이 아니라 훨씬 느슨한 공간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마지못해 혐의를 인정하면 5~8년의 징역형에, 혐의를 부인했으나 유죄가 확인될 경우엔 최고 20년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했다.

중도우파 성향의 산토스 대통령은 2010년 첫 당선에 이어 지난해 6월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보수우파 세력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콜롬비아 반군과의 평화협상을 강하게 추진해왔다. 콜롬비아의 마약조직과 반군 소탕에 수십억 달러를 지원해온 미국의 존 케리 장관은 산토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역사적 진전”을 축하했다.

한편, 쿠바 아바나에서 이뤄진 이번 역사적인 합의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정신적 영향력이 컸다고 <에이피>(AP) 통신이 협상에 참여했던 복수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반군 쪽은 마침 20~22일 쿠바를 방문 중이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쿠바를 떠나기 전에 협상 합의를 발표하고픈 열망 때문에 협상에 더 적극적이었으나, 아쉽게도 교황이 쿠바를 떠난 다음날에야 합의가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교황은 20일 아바나 혁명광장에서 집전한 미사에서 “기나긴 전쟁의 밤을 끝내달라. 우리에겐 또다시 실패할 권리가 없다”며 콜롬비아 정부와 반군 양쪽의 평화협상에 힘을 실어줬다. 콜롬비아 정부 협상팀의 자문변호사인 더글러스 커셀 미국 노터데임대 교수는 <에이피>(AP) 통신에 “교황이 협상 현장에 직접 있진 않았지만, 매우 중요한 참여자였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앞서 지난해 12월 미국과 쿠바가 53년간의 적대 관계를 끝내기로 한 합의에도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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