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라이스 백악관 보좌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워싱턴 정상회담을 나흘 앞둔 21일(현지시각), 수전 라이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양국은 지역 안정과 두 나라의 국가안보 이익을 위협하는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 노력을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라이스 보좌관은 이날 오전 워싱턴에 위치한 조지워싱턴대학 연설을 통해 미-중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의제들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0주년인 오는 10월10일을 전후로 장거리 로켓 발사나 핵실험을 할 가능성 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미·중이 공동으로 북한에 자제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라이스 보좌관은 또한 “미·중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한반도의 비핵화를 (북한에) 요구하는 데 완전히 일치돼 있다”며 “미국도, 중국도 북한을 결코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북핵 문제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간에 별로 이견이 없는 ‘협력 의제’로 분류됐음을 뜻한다. 아울러, 양국이 북한 핵 문제 해결이나 장거리 로켓 발사 가능성을 외교적으로 막기 위한 진전된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라이스 보좌관은 “중국은 북한에 영향을 끼치는 지렛목”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은 북한이 핵 보유와 경제발전 가운데 선택을 하도록 압박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는 또한번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선택을 압박하는 것’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의 다른 표현이고, 이를 위해 중국이 더 적극적으로 북한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것도 미국이 반복적으로 주장해 온 것이다. 중국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점에서, 라이스 보좌관의 발언은 미국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라이스 보좌관은 미-중 관계와 관련해선 협력적 측면을 앞세우고, 이견을 보이는 의제는 연설의 뒤쪽으로 돌렸다. 중국 쪽에 할 얘기는 하겠지만, 지나치게 갈등이 부각되는 것은 피하겠다는 기조로 풀이된다. 라이스 보좌관이 가장 강한 어조로 중국을 비판한 것은 사이버 해킹이었다. 그는 중국의 사이버 스파이 행위를 ‘사소한 짜증’이 아니라 “미국의 경제적 및 국가안보적 우려”라며 “중국의 이런 행위는 양국 관계에 엄청난 부담이자 미-중 관계의 향후 경로를 결정하는 데 중대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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