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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상승세 탄 샌더스, 첫 수도권 유세…“미 경제불평등 해소”에 4천명 운집

등록 2015-09-15 20:34수정 2015-09-15 21:50

대선 민주당 경선 ‘버지니아’ 유세
“1%로부터 권력 빼앗을 때” 강조
‘슈퍼 화요일’주 합류한 격전지
동쪽 흑인 밀집지…전략적 의미
초반 경선지서 ‘영토 확장’ 시동
저녁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14일 오후 7시께, 차량 행렬이 300m가량 꼬리를 물고 늘어섰다. 경찰과 자원봉사자들이 바쁜 손놀림으로 차량들을 공원 주차장으로 안내했다. 유세 시작 1시간 전임에도 이미 제1 주차장은 꽉 차 있고, 잔디밭 위의 공터에도 차량이 반쯤은 채워져 있었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무서운 기세로 추격하고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이날 첫 ‘수도권 유세’를 했다. 아이오아와 뉴햄프셔주 등 초반 경선이 치러지는 지역의 여론조사에서 클린턴 전 장관을 제친 자신감을 바탕으로 ‘영토 확장’을 꾀하는 모양새다.

가장 바쁜 월요일 저녁임에도 워싱턴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버지니아주 프린스윌리엄 카운티 페어그라운드 공원엔 4000여명이 그의 유세를 보려고 모였다. 찬조연설자 4명의 짧은 연설에 이어 오후 8시15분께 단상에 오른 샌더스 의원은 경제적 불평등 해소, 정치혁명, 대학 무상 등록금, 기후변화 해법 찾기 등 그가 평소 강조해온 공약들을 원고 없이 1시간여 동안 쏟아냈다. 목소리는 약간 쉬어 있었지만 적지않은 참가자와 최근 지지율 상승 때문인지 한달전 보았던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노스찰스턴에서의 유세 때보다 훨씬 자신감이 묻어났다.

샌더스 의원은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첫번째 연설 주제로 꺼냈다. 그는 “아름답고 위대한 미국이 1%(부유층)에 의해 점령당했다. (서민들이) 두세 개의 직업을 갖고 일을 해도 수입은 1%에게로 가고 있다”고 비판한 뒤 “우리는 99%다. 이제는 1%로부터 권력을 빼앗을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주당 40시간을 일한다면 당연히 가난하게 살지 않아야 한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급진적이지도 좌파적인 생각도 아니다”며 “시간당 최소 15달러의 생활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공화당의 가족 제일주의 가치를 비판하면서 “여성들로부터 갓 태어난 아이를 떼어놓도록 하는 현실은 가족 제일주의 가치가 아니다. 12주간의 유급 육아휴직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샌더스의 이날 버지니아 방문은 ‘첫 수도권 유세’라는 상징성 이외에도 상당한 전략적 의미를 담고 있다. 버지니아주는 이번 대선부터 12개주가 한꺼번에 민주당 경선을 치르는 3월1일 ‘슈퍼 화요일’에 합류했다. ‘슈퍼 화요일’이 치러지는 주들은 아이오와→뉴햄프셔→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이어 경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특히, 이번에 유세가 치러진 프린스윌리엄 카운티는 본선뿐 아니라 민주당 경선에서도 버지니아주의 풍향계 역할을 하는 지역이다. 서쪽엔 부유층이, 동쪽엔 흑인이 밀집해 있으며, 히스패닉 인구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아직 소수계의 지지가 부족한 샌더스 입장에선 이 지역 표심을 끌어오는 것이 중요하다.

14일 오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첫 ‘수도권 유세’를 한 버지니아주 프린스윌리엄 카운티 페어그라운드 공원에 모인 지지자들이 연단에 선 샌더스 의원의 연설을 들으며 환호하고 있다.
14일 오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첫 ‘수도권 유세’를 한 버지니아주 프린스윌리엄 카운티 페어그라운드 공원에 모인 지지자들이 연단에 선 샌더스 의원의 연설을 들으며 환호하고 있다.
정직함·진지함·일관성·사람중시 등은 샌더스 의원의 지지자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샌더스의 장점들이다. 50대 초반의 다나 플레밍은 “샌더스는 돈이 아니라 사람을 걱정하고, 기업이 아니라 시민들을 대표하는 유일한 후보”라며 “클린턴도 좋아하지만 그는 기부자들로부터 너무 큰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샌더스 의원과 클린턴 전 장관을 놓고 고민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자신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고 소개한 애덤 조지아(27)는 “샌더스를 지지하지만 클린턴도 훌륭한 사람”이라며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이 깔끔하게 정리되면 클린턴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프린스윌리엄 카운티/글·사진 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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