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날리
오바마, 알래스카서 발표…1세기만
원주민 언어로 ‘숭고함’ ‘위대함’ 뜻
한 탐광업자 ‘정치적 취향’대로 붙여
원주민, 40년전부터 복원 노력 ‘결실’
원주민 언어로 ‘숭고함’ ‘위대함’ 뜻
한 탐광업자 ‘정치적 취향’대로 붙여
원주민, 40년전부터 복원 노력 ‘결실’
해발 6168m의 북미 대륙 최고봉인 알래스카 산맥의 주봉 매킨리 산이 거의 1세기만에 ‘디날리’라는 본래 이름을 되찾게 됐다. ‘디날리’는 알래스카 원주민의 언어로 ‘숭고함’이나 ‘위대함’을 뜻한다.
미국 백악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31일 북극 고위급 다자회의 폐막식 참석차 알래스카를 방문하는 자리에서 이런 사실을 직접 공식 발표한다고 30일 밝혔다. 이에 따라 모든 연방기록 및 공식 지도에서 ‘매킨리’라는 이름은 사라진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샐리 주얼 내무장관은 지난 28일 매킨리의 명칭 변경에 서명한 바 있다. 미국 법에 따르면 지명위원회가 합리적 시간 안에 명칭 변경을 결정하지 않으면 내무장관이 바꿀 수 있도록 돼 있다.
사실, 매킨리라는 이름은 알래스카와는 아무 역사적 연관도 없이 지어졌다. 알래스카 산맥을 돌아다니며 금광을 찾던 한 탐광업자가 자신의 ‘정치적 취향대로’ 붙인 이름일뿐이었다. 이 탐광업자는 1898년 미국의 25대 대통령이었던 윌리엄 매킨리가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지명됐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지지하고 존경하는 의미에서 산 이름을 매킨리로 지었다.
매킨리는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알래스카를 방문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연방정부는 1917년 매킨리산 국립공원법을 만들면서 매킨리를 공식적인 산 이름으로 채택했다. 이 때문에 매킨리산은 ‘문화 제국주의’의 사례로 거론되곤 했다.
알래스카 원주민들을 중심으로 1975년부터 본래 이름을 찾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다. 그러나 매킨리 대통령의 고향인 오하이오주의 반발로 국립공원의 이름만 ‘디날리 국립공원’으로 바꾸고, 산 이름은 매킨리로 남겨두는 어정쩡한 타협이 1980년 이루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선에서 오랫동안 연방정부에 불만을 품고 있던 알래스카 원주민들과의 관계 개선을 공약했다. ‘이번 행사’는 이런 약속 지키기의 일환인 셈이다. <뉴욕 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은 임박한 선거가 없는 만큼 정치적 속박으로부터 자유롭다”며 선거에서 영향력이 큰 오하이오주를 의식할 필요가 없어 오랜 명칭 논란을 잠재울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지난 1월 명칭 변경 법안을 제출했던 알래스카의 공화당 정치인인 리사 머코스키 상원 의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알래스카의 애서배스카 원주민들에 대한 영광과 존경을 보여주는 이런 중요한 변화를 만들어준 대통령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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