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러시아 등 종전 행사 모두 참석”
일본 쪽 “중립성 문제” 제기 일축
일본 쪽 “중립성 문제” 제기 일축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일본 정부의 항의에도 다음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항일·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 행사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엔의 한 소식통은 29일(현지시각) “반 총장은 중국 이외에도 폴란드, 우크라이나, 러시아 등지에서 열린 2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며 일본 쪽의 항의를 일축했다. 이 소식통은 “유엔 창설 배경이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이었던 2차대전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인데다 올해는 유엔 창설 70돌이 되는 해”라며 “반 총장은 시간만 되면 모든 종전 기념식에 참석하기로 일찌감치 방침을 정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또 “일본 정부가 반 총장한테 직접 면담이나 공식 서한을 통해 의사를 표명한 적은 없다”며 “주유엔 일본대표부의 실무자 차원에서 이런 의견을 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앞서,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28일 일본 정부가 반 총장의 중국 열병식 참석이 “중립성에 문제가 있다”며 뉴욕의 자국 유엔대표부를 통해 반 총장 쪽에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다른 유엔 소식통도 “반 총장은 서구 외교관들이 참석을 거부한 러시아의 전승절 70주년 행사에도 갔고, 이 때도 열병식이 있었다”며 “사무총장 입장에선 모든 회원국들한테 공평하게 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잘라 말했다. 중국의 열병식이 러시아보다 더 문제될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굳이 안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반 총장의 중국 열병식 참석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과잉 반응’은, 반 총장이 지난 14일 아베 담화 발표에 앞서 일본에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반성에 기반한 진정한 화해가 필요하다’고 촉구한 것에 대한 감정적 앙금 때문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한편, 반 총장은 중국 열병식 참석에 앞서 최근 중국 언론들과 한 인터뷰에서 중국이 겪은 고난을 세계가 측은히 여긴다는 점을 거론하며 “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의 기여와 희생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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