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미국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아시아계 이민자를 비하하는 ‘앵커 베이비’ 발언으로 미국내 한인사회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6월16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는 모습. AP/연합
“라틴계 표 얻으려 아시안 비하 발언은 결정적 실수”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후보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앵커 베이비’ 발언에 대한 미국내 한인사회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앵커 베이비’는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에게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속지주의 제도를 악용하는 행태를 비하하는 용어다.
미국에서 한인동포의 풀뿌리 민주주주의 운동을 벌이고 있는 대표적인 시민단체인 시민참여센터(대표 김동찬)와 뉴욕한인봉사센터(회장 김광석), 퀸즈한인회(회장 유재봉) 등은 28일(현지시각) 아시아계 이민자가 모여 사는 뉴욕 퀸즈 플러싱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뉴욕의 한인 단체들은 젭 부시 공화당 대통령 출마자의 아시안 아메리칸 비하 발언을 규탄하고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인단체들은 회견을 통해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출마한 인물이 특정 커뮤니티를 희생양으로 삼아 사회를 분열시키는 발언을 하는 것은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의심하게 하는 행동”이라며 “아시안 아메리칸을 비하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는 후보자가 대통령 자리에 오른다면 미국에게는 크나큰 불행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또 “미국은 이민자들이 정착해 만들어진 나라이며 그러기에 모든 미국인들은 이민자들의 후손이다. 다만 누가 먼저 왔느냐의 문제일 뿐”이라며 “이민자 커뮤니티의 일원인 한인 사회는 젭 부시 출마자의 미국 사회를 분열시키려는 시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아시안 아메리칸의 표를 얻은 후보자가 당선됐고, 2016년 선거에서도 아시안 아메리칸의 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라틴계 아메리칸의 표를 얻기 위해 아시안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 것은 젭 부시 출마자에게 결정적인 실수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2016년 대통령 선거를 통해 미국 사회는 더욱 적극적으로 이민 개혁을 논의하고 합리적이며 구체적인 대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며 “그러나 이민자 사회를 나누고, 서로 혐오하게 하는 방법으로는 이민 개혁을 이룰 수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지구 한인연합회를 비롯해 한인 2세들이 중심이 된 한미주한인협의회도 부시 전 지사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등 한인 사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앞서, 부시 전 주지사는 최근 공화당 내에서 커지는 반이민 정서에 영합하기 위해 ‘앵커 베이비’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가 중남미계 주민과 진보 진영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러자 부시 전 주지사는 지난 24일 “앵커 베이비는 중남미인들보다 출생 국적이라는 고귀한 개념을 조직적으로 악용하는 아시아인들과 더 관계가 있다”며 해명을 했으나, 이는 다시 아시아계 주민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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