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10돌 맞아 뉴올리언스 방문
흑인 빈곤층 불평등 문제 역설도
흑인 빈곤층 불평등 문제 역설도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 중 하나로 꼽히는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 발생 10돌을 맞아 27일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카트리나 참사가 잠복해 있던 불평등 문제와 정부의 대응 실패가 빚어낸 ‘인재’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카트리나로 폐허가 됐던 흑인 빈민가 ‘로워 나인스 워드’ 지역에 새로 문을 연 커뮤니티 센터에서의 연설을 통해 “자연재해로 시작됐지만 결국은 인간이 만든 재앙이 됐다”며 “시민을 돌보지 못한 정부의 실패”라고 규정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오랫동안 뉴올리언스를 괴롭혀온 구조적 불평등 문제가 카트리나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카트리나 이전에) 너무 많은 사람들, 특히 가난한 사람들과 유색인종들이 좋은 직업이나 제대로 된 집, 의료보험 지불 능력도 없이 방치됐다”며 “너무 많은 아이들이 폭력적 범죄에 둘러싸여 자라고, 수준 이하의 학교에 다니며 가난에서 벗어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살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집들이 다시 깨끗해졌다고 할 일이 끝난 게 아니다. 여전히 빈곤율이 높고 젊은이들은 잘못된 길을 선택하고 있다”며 불평등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카트리나 사태 당시에 뉴올리언스의 흑인인구는 시 전체 인구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했다. 이들은 대부분 저지대에 사는 데다 대피 수단인 자동차가 없는 빈곤층이어서 허리케인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또 조지 부시 행정부가 정치적 영향력이 없거나 민주당 성향을 띠고 있는 흑인 빈곤층이 산다는 이유로 늑장 대응을 하는 바람에 피해가 커진 것 아니냐는 비판도 강하게 제기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셔츠를 걷어올린 채 뉴올리언스 시내를 걸어다니며 시트콤에 나오는 노래를 하거나 프라이드 치킨으로 유명한 식당에 들러 점심을 먹기도 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그는 2009년 취임 이후 루이지애나주를 비롯한 허리케인 피해지역에 수십억달러의 복구예산을 지원해왔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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