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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워싱턴을 울린 위안부 다큐 ‘마지막 눈물’

등록 2015-08-16 20:28수정 2015-08-16 21:45

15일(현지시각) 오후 미국 워싱턴 해군기념극장에서 일본군 ‘위안부’ 소재 다큐멘터리 영화 ‘마지막 눈물’이 상영돼 공동제작자인 구재회 미 존스홉킨스 대학 한미연구소장(왼쪽 둘째)과 재미동포 감독 크리스토퍼 리(왼쪽 넷째) 등이 무대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이 영화는 이날 미국 뿐만 아니라 중국 난징·상하이와 일본 도쿄에서도 동시에 상영됐다.   <마지막 눈물> 제작팀 제공
15일(현지시각) 오후 미국 워싱턴 해군기념극장에서 일본군 ‘위안부’ 소재 다큐멘터리 영화 ‘마지막 눈물’이 상영돼 공동제작자인 구재회 미 존스홉킨스 대학 한미연구소장(왼쪽 둘째)과 재미동포 감독 크리스토퍼 리(왼쪽 넷째) 등이 무대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이 영화는 이날 미국 뿐만 아니라 중국 난징·상하이와 일본 도쿄에서도 동시에 상영됐다. <마지막 눈물> 제작팀 제공
1시간짜리 박숙이 할머니 인터뷰
과거 고통과 현재의 어려운 삶 조명
“결혼할 수도, 아이를 낳을 수 없어”
200여 관객석 여기저기 훌쩍훌쩍
“너무 너무 아기를 갖고 싶었어. 그런데 가질 수가 없잖아. 34살 때였나. 고아원에서 아기를 세명 데려와 키웠지.”

경남 남해에 사는 위안부 피해자 박숙이(94) 할머니는 담담하게 자신의 과거를 얘기했지만, 객석에선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15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시내에 있는 미 해군기념극장엔 일본군 위안부 소재 영화 <마지막 눈물>(The Last Tear)을 보기 위해 200여명의 관중들이 들어섰다. <마지막 눈물>은 재미동포 크리스토퍼 리(51) 감독과 미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의 한미연구소가 공동 제작한 것으로, 이날 워싱턴과 일본 도쿄, 중국 난징과 상하이에서 동시상영됐다.

1시간 짜리 다큐멘터리 영화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소개를 시작으로, 주로 박숙이 할머니와의 인터뷰를 통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과거 고통과 현재의 어려운 삶을 조명했다.

박숙이 할머니는 16살 때 경남 남해군 고현면 바닷가에서 조개를 캐러 가는 길에 일본군에 끌려가 중국 만주에서 7년간의 지옥같은 위안부 생활을 겪었다. 광복이 되자 부산을 통해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환영하는 사람은 없었다. 결혼도 할 수 없었고, 아이도 낳을 수 없었다. 영화는 일본 정부를 직접으로 비판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고통을 당한 할머니들에게 과연 ‘일본의 사죄는 충분한가’를 준엄하게 묻고 있다.

박숙이 할머니가 “요즘은 개를 많이 키우는데 나라가 힘이 있으려면 인구가 많아야 한다. 개가 나가서 전쟁할거냐. 요즘은 개판이야”라고 얘기할 때는 관중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영화는 개를 좋아하는 미국 관객들을 의식한 듯, 이 부분에 “할머니의 기억은 70년 전에 멈춰있다”는 설명을 집어넣기도 했다.

영화는 박 할머니의 인터뷰 중간 중간에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을 춤사위나 나레이션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춤 연기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두 번의 식민 지배를 겪은 라트비아 출신 무용수가 맡았다. 특히, 군 위안소에서의 경험에 대해선 화면 전체를 잠시 검게 처리해 할머니들이 당시 느꼈던 고통과 두려움을 전하기도 했다.

회사원 갬블 베이든은 영화를 본 뒤 “아주 감동적이었다. 한-일간 갈등이 있었다는 얘기는 알고 있었지만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이번 영화를 보고 알게 됐다”며 “영화에서 얘기하듯이, 위안부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리 감독은 “아베 총리가 (이번 담화에서) 사죄를 할 것으로 애초 기대하지도 않았다”며 “그래서 시민들의 힘이 중요하다. 이 영화를 통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역사적 진실을 알려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 감독은 미국이든 한국이든 상영 요청이 있는 곳이면 무료로 영화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영화는 지난 12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처음 개봉했으며 한국에선 오는 17일 대구에서 첫 선을 보인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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