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핵 합의안에 대한 미국 의회의 승인 여부를 한달여 앞두고 무난하게 의회를 통과할 것이라는 애초의 낙관적인 전망이 갈수록 흐릿해지고 있다. 공화당을 넘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속한 민주당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내 여론전도 가열되고 있다.
이란핵 합의안은 의회의 60일 검토가 끝나는 다음달 17일 이후 의회 표결에 부쳐져 승인이냐 부결이냐를 결정하게 된다. 현재로선 이란핵 합의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공화당이 상·하원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1라운드에선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의회가 부결하면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게 확실하지만, 의회는 다시 이에 대응해 3분의 2 이상의 의결로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3분의 2 의석을 충족시키려면 상원의 경우 공화당이 현재 의석 54표에 13표를 더 끌어와야하고, 하원의 경우엔 공화당 의석 246명에 44표를 더해야 한다.
현재 관심의 초점은 하원보다는 상원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애초 공화당의 힘만으로는 2차 저지가 불가능해 보였지만, 민주당 거물 정치인으로 차기 상원 원내대표로 거론되는 찰스 슈머(뉴욕) 의원이 “더 좋은 합의안을 가져오라”며 이란핵 합의안에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혀 오바마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슈머 의원은 본인이 유대계인데다, 역시 유대계의 영향력이 큰 뉴욕시를 지역구로 두고 있다.
게다가 슈머 의원을 포함해 친이스라엘 성향의 민주당 상원 의원만 해도 14명 정도에 이른다. 줄곧 이란과의 핵협상에 반대해 온 밥 메넨데즈 의원도 반대표를 던질 게 확실시된다. 의회전문지 <더 힐>은 현재까지 이란 핵합의를 지지한 민주당 상원의원은 18명뿐이라고 최근 보도하기도 했다.
이란핵 합의안 통과 여부가 점점 안갯속으로 빠져들면서 오바마 행정부도 마음이 급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휴가 중임에도 미리 녹화 또는 녹음한 인터뷰를 연일 내보내며 핵합의 승인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지난 10일엔 이란과 이스라엘, 미국 등 당사국 젊은이들의 동영상 질문에 직접 답변을 하는 형식으로 설득에 나섰으며, 하루가 멀다하고 <시엔엔>(CNN), 미국 공영방송인 <엔피아르>(NPR) 등과 인터뷰를 하며 여론에 직접 호소하고 있다.
존 케리 국무장관도 슈머 의원의 지역구 언론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누군가가 ‘더 좋은 합의를 끌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면 이는 명백하게 잘못된 것”이라며 슈머 의원에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전직 장성들, 전직 대사들, 과학자들도 일제히 이란핵 합의안의 의회 통과 필요성을 역설하는 성명을 내며 오바마 대통령을 측면지원하고 있다.
이란핵 합의안이 부결되면 오바마 대통령한테는 ‘재앙’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 의원들의 ‘반란’으로 곧 레임덕으로 치닫는 것은 물론, 국제정치 무대에서도 미국의 리더십이 쇠락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향후 이란이 핵개발을 해도 더이상 저지할 명분이 사라진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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