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정 태풍에 걸려 지난해 말 부패 혐의로 낙마한 링지화(59) 전 공산당 통일전선부장의 동생 링완청이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정부는 링완청이 쥐고 있는 고급 정보의 유출을 우려해 미국으로 도피해 있는 그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미국 정부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3일 시진핑 주석의 오는 9월 미국 방문을 앞두고 사이버 해킹과 남중국해 영토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적지 않은 가운데, 링완청이 양국 관계를 긴장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링지화는 후진타오 전 주석 시절인 2007년부터 5년 동안 후 주석의 비서실장 격인 중앙판공청 주임을 지낸 중국 정계의 거물이며, 링완청은 그의 막내 동생으로 알려져 있다.
양국이 지난 몇달 동안 그의 송환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펼치는 이유는 링완청의 ‘정보적 가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 투자회사를 운영한 기업인으로서 공직에 직접 나서지는 않았지만, 부와 집안 배경을 바탕으로 중국 내부의 엘리트 집단에 자유롭게 접근해 왔다. 따라서 그는 시진핑 주석을 보좌하는 전·현직 고위 관료들에 대한 ‘당혹스러운’ 정보들도 지니고 있을 수 있다.
미국 정부로선 링완청의 망명이 가능하다면 연방인사관리처를 해킹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정부에 맞대응하는 호재가 될 수 있다. 인사관리처의 전·현 공무원 수백만명의 개인정보들이 해킹당한 뒤 미국 정부는 이를 중국 쪽 소행으로 보고 대응 수위와 수단을 고민해 왔다.
이 때문에 <뉴욕 타임스>는 “그가 (미국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하면, 중국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도피자 가운데 한명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중국 분석요원으로 활동했던 크리스토퍼 존슨도 “링완청이 흥미로운 일에 상당부분 접근했을 거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중국 지도자들은 그가 중국 정치에 관한 정보의 보물들을 미국 관리들에게 넘기는 상황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가 미국에 체류하는 것은 확실하지만 망명을 신청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 국토안보부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망명이 완료되기까지는 1~3년 정도 걸리며, 그때까지는 미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다는 일반적인 설명만 내놓았다.
링완청은 캘리포니아 주의 루미스에 위치한 724.6㎡ 넓이의 호화주택에서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앵커 출신인 아내 리핑과 함께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링은 베이징에 기반한 투자회사를 운영하며 2억2500만달러를 벌어들였으며, 현재 머물고 있는 집과 근처 2개의 골프장등을 사들이기도 했다. 링은 그가 발견한 재미있는 비디오 링크를 이웃들에게 문자로 보내기도 했지만, 정쟁이나 그의 형들의 체포 등 가족에 관해서는 어떤 암시도 내비치지 않았다고 이웃들은 말했다.
링완청 문제는 앞으로 미-중 관계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가 링의 망명을 허용할 경우, 중국 정부가 강하게 반발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다만, 휘발성이 워낙 큰 사안이라 9월 미-중 정상회담을 마칠 때까지는 양국 정부가 묻어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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