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경선 출마를 선언한 버니 샌더스(73·무소속) 상원의원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샌더스 의원의 무서운 기세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대세론’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샌더스 의원은 1981년 버몬트주의 가장 큰 도시인 벌링컨의 시장으로 정치에 입문한 뒤 1991년부터 무소속으로 하원과 상원에서 의정활동을 하고 있어 ‘괴짜’로 통한다. 그는 소득 불균형 해소와 노동자·중산층 복원, 사회보장 확대 등을 최우선 해결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경합주인 뉴햄프셔주 유권자를 대상으로 최근 실시된 두 개의 여론조사에서, 샌더스 의원은 클린턴 전 장관을 맹추격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뉴햄프셔주는 2008년 민주당 경선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 버락 오바마 당시 후보를 가까스로 꺾었던 곳이다. 보스턴의 서폭대학교가 지난 11~15일 유권자 5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샌더스 의원은 31%의 지지를 얻어 클린턴 전 장관(41%)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아울러, 여론조사 기관인 모닝컨설트가 이달 초 뉴햄프셔주 유권자 8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샌더스 의원(32%)은 클린턴 전 장관(44%)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여론조사 결과뿐 아니라, 샌더스 의원의 선거운동 현장에도 열기가 느껴지고 있다고 미국 공영방송인 <엔피아르>(NPR)가 16일 보도했다. 지난 12일 밤 아이오와주 디모인의 드레이크대학에서 열린 강연에서 그는 기립박수를 받았으며, 700명을 수용하는 강당이 발코니까지 꽉 찼다고 방송은 전했다. 오는 20일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열리는 행사에도 벌써 3000명이 참석 신청을 했다.
샌더스 의원이 지난 4월 말 경선 참여 선언 이후 두 달도 채 안돼 폭발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유는 진보적인 풀뿌리 조직의 지지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폭대학교의 데이비드 팰러고스 정치연구센터장은 “진보적인 신경망의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뉴햄프셔주 등 일부 주에서 두드러지고 있는 샌더스 의원의 상승세가 전국적으로 확산될지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주에선 아직 클린턴 전 장관의 지지가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이용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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