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기업인 대상 외교 데뷔
러 맞서 유럽국 단결 주문
러 맞서 유럽국 단결 주문
미국 공화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손꼽히는 젭 부시(사진)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대외 정책의 얼개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러시아에 대해선 ‘강경’, 중국에 대해선 ‘관여’ 기조를 내세운 게 특징이다.
15일 공식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두고 있는 부시 전 주지사는 9일 독일 베를린에서 2000명의 기업인을 대상으로 15분 동안 강연을 하면서 ‘외교 데뷔전’에 나섰다. 부시 전 주지사는 이날 강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무자비한 실용주의자”, “부패한 리더십”이라며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자유국가들이 큰 희생을 치르며 건설한 국제질서의 근본적인 원칙들을 보존하기 위해선 동맹과 연대, 행동이 중요하다”며 러시아에 맞선 유럽국가들의 단결을 주문했다.
그는 또 “‘나쁜 행동’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를 미리 분명히 보여줌으로써 러시아의 침략을 억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항상 미온적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면 푸틴이 나쁜 행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선 ‘단호한’ 대처가 필요함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는 미군 주둔을 감축시킨 곳에서 국제적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차기 대통령의 의무 가운데 하나는 국방예산의 자동 삭감을 멈추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부시 전 주지사는 중국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호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증가에 맞서기 위해선 미국과 아시아국 사이에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슈퍼 파워인 중국을 무시할 수 없다며 “중국과 관여를 해야 한다. 중국을 고립으로 몰아넣으면서 대화없이 지낼 수는 없다. 중국과의 충분한 대화가 없다면 여러 방면에서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시 전 주지사는 이날 강연에서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결정으로 독일에서 인기가 없는 자신의 ‘형’ 조지 부시 대신에, 독일 통일을 지원했던 ‘아버지’ 조지 부시의 업적을 강조하기 위해 애썼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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