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순방을 앞둔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이 6일(현지시각) 미 애리조나주립대에서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새 국면’이라는 주제로 연설을 하고 있다. 템피/AP 연합뉴스
카터 장관. 한·일 순방 앞두고 연설
취임 뒤 ‘아시아 군사정책’ 첫 표명
첨단무기 대거 배치 역점 예고도
“TPP, 항공모함처럼 중요” 타결 촉구
취임 뒤 ‘아시아 군사정책’ 첫 표명
첨단무기 대거 배치 역점 예고도
“TPP, 항공모함처럼 중요” 타결 촉구
한국·일본 순방을 앞둔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강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심화·확대할 뜻을 밝혔다.
카터 국방장관은 6일(현지시각)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에서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새 국면’이라는 주제로 한 연설에서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심화하고 다양화하기 위해 재균형 정책의 새 국면을 감독하는 데 개인적으로 전념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카터 장관의 취임 이후 대아시아 군사정책을 밝힌 첫 연설이다.
카터 장관은 “동맹의 범위를 확장하기 위해 우리는 전례 없는 삼각 (안보)협력을 구축하고 있다”며 한-미-일, 미-일-오스트레일리아(호주) 삼각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일과는 집단적으로 위기를 저지하고 대응하는 것을 도울 초유의 정보공유 약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고자 맺은 정보공유 약정을 토대로 한-미-일 삼각 미사일방어(MD) 체계를 구축하는 데 적극 나서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정보공유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관련 정보를 실시간 탐지·추적해 세 나라가 공유하는 것으로, 미사일방어 공조의 핵심 요소다. 카터 장관은 대표적인 미사일방어체제 옹호론자다. 그는 미-일-오스트레일리아는 동남아시아 해양 안보와 국방기술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터 장관은 한·일 순방과 관련해 “한국에서는 위험하고 도발적인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 한반도에 억지력을 강화하고 역량을 개선하는 작업을 한국 쪽 파트너와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미-일 협력을 완전히 새로운 수준으로 이끌기 위해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완성하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터 장관은 8일 일본을 방문한 뒤 9~11일 방한한다.
이날 연설은 카터 장관이 앞으로 첨단 무기들을 대거 아시아에 배치하는 데 역점을 둘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우리는 이 지역의 복잡하고 역동적인 안보환경에 적절한 미래 역량에 계속 투자할 것”이라며 “여기에는 장거리 스텔스 폭격기와 장거리 대함 크루즈미사일 같은 첨단 무기들이 포함돼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는 일부 놀라운 것들을 포함해 새로운 우주·전자전과 또 다른 첨단 역량들을 개발 중”이라고도 밝혔다.
카터 장관은 또 지난 10년간 개발해온 핵심 무기들을 아시아에 다수 배치하고 있다면서, 그 예로 버지니아급 잠수함, 첨단 전투기(F-22와 F-35), 장거리 폭격기(B-2, B-52) 등을 소개했다. 그는 “이 지역의 증가하는 미사일 위협을 감안해 미사일방어용 이지스 구축함 2척도 전진배치하고 있다”며 “최첨단 무기들을 이 지역에 계속 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 관련해서는 “미국 등 여러 나라가 중국이 취하는 행동들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중국의 불투명한 국방예산과 사이버공간에서의 활동, 남중국해 같은 곳에서의 행위가 여러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직접 비판했다.
그는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조속한 타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국방장관이 무역협정 이슈를 화두로 꺼내는 것을 이례적이다. 그는 “티피피는 강력한 전략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재균형 정책 관점에서 보면 티피피 통과는 내게는 또 다른 항공모함처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티피피가 대중국 견제라는 전략적 중요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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