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연계 혐의로 불법수감
12년 만에 난민 신분으로 이송
12년 만에 난민 신분으로 이송
미국령 쿠바 관타나모 해군기지에 12년이나 감금돼 있던 테러 용의자 6명이 7일 우루과이에서 새 삶터를 찾았다. 우루과이 정부는 이날 이들을 ‘난민’ 신분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입국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이송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석방이다.
이번에 풀려난 이들은 2002년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 당시 알카에다와 연계된 혐의로 붙잡혀 관타나모 수용소에 갇혔으나 지금까지 기소조차 되지 않은 채 불법 수감돼 있었다. 국적별로는 시리아인 4명, 튀니지인과 팔레스타인인이 각각 1명이다.
앞서 2009년 미국 당국은 이들을 제3국으로 이송하기로 확정했으나 받아들이겠다는 나라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대통령은 “인도적 차원에서 이들을 수용하기로 했다”며, 이들이 우루과이 전체인구 330만명 중 300명 밖에 안되는 무슬림 사회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의 클리포드 슬로언 특사는 “우루과이 정부의 인도적 조처와 무히카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에 매우 감사한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미 올 봄에 미국과 우루과이 양국이 수용자 이송에 합의한 사실이 공개됐음에도 지난달 전격 사임한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이 최종 서명을 미루면서 백악관과 상당한 갈등을 빚어왔다는 뒷이야기를 전했다. 관타나모에는 아직도 136명의 수감자가 남아 있으며, 이 중 67명은 제3국 이송이 확정된 상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수감자 수가 두자릿수로 줄면 이들을 미국 내 감옥으로 이송하는 방안을 의회에 다시 요청할 계획이다.
쿠바 관타나모만의 미국 해군 기지는 1898년 미국이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이긴 뒤 챙긴 전리품이다. 이 전쟁으로 쿠바는 스페인 식민지에서 독립했으나 미국은 이 기지를 영구임대했고, 1959년 쿠바 사회주의 혁명으로 국교가 끊긴 뒤에도 지금까지 점령하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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