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타’ 해일 위험…카트리나보다 더 클 수도
미국 남부 텍사스 해안으로 접근 중인 허리케인 ‘리타’의 위력이 21일(현지시각) 최고 등급인 5등급으로 높아지면서, 이 지역 주민 130만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5등급 허리케인이 미국을 덮친 것은 1992년 앤드루를 비롯해 세 차례였다. 국립허리케인센터는 리타가 멕시코만을 지나면서 따뜻한 습기를 공급받아 시간당 최대 풍속 281㎞의 5등급 허리케인으로 강력해졌다면서, 카트리나보다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리타는 24일 새벽(한국시각 24일 오후) 휴스턴 인근 해안으로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휴스턴 한국 총영사관은 리타가 지날 것으로 예상되는 텍사스주 갤버스턴과 코퍼스 크리스티 등의 한인동포 750여명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신속히 대피하라고 권고했다. 리타가 상륙하는 휴스턴 일대는 미국에서 정유시설이 가장 밀집한 지역이어서 피해가 클 경우 유가 폭등이 우려된다. 원유가는 이날 60센트가 올라 배럴당 66.80달러를 기록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미 휴스턴 일대에서 최소한 세 곳의 정유공장이 작업을 중단했다”며 “유가가 더 뛸 수 있다”고 전했다. 카트리나 당시 비축유 방출 결정을 내렸던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에도 석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에 대비해 비축유를 방출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클로드 망딜 사무총장이 이날 밝혔다. 휴스턴 인근 베이시티의 핵발전소는 원자로 2기를 폐쇄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민들에게 정부 지시에 따를 것을 당부했다. 멕시코만 일대엔 1만3천여명의 주방위군이 출동대기 상태에 들어갔고, 10척의 해군 함정도 비상대기 중이라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카트리나로 대홍수를 겪은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는 또다시 물에 잠길 가능성에 대비해, 주민들에게 강제소개령을 내렸다. 21일 현재 카트리나 사망자 수는 1천명을 넘어섰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갈베스턴 인근 한국교민 700여명 대피권고
휴스턴우주센터 폐쇄…석유시설 70% 중단
‘카트리나 늑장대응’ 부시 정부 “철저 대비”
카트리나에 놀란 미국이 5등급 허리케인 리타의 접근에 초긴장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21일 하루 동안 조지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마이클 처토프 국토안보부 장관, 새로 연방재난관리청장에 임명된 데이비드 폴리슨이 줄줄이 텔레비전에 나와 국민들에게 협조를 당부하면서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리케인이 강타하는 텍사스 휴스턴 일대에선 노약자 등을 실어나르기 위해 버스와 헬기들이 대거 동원됐다고 언론들이 전했다. 모두 뉴올리언스 교훈을 본받은 것이다. 휴스턴 교민 서정연(40)씨는 전화통화에서 “시민들이 비상식량을 사들이고 휘발유를 미리 비축하는 등 긴박한 분위기다”라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카트리나 닮은 리타=리타는 열대성 폭풍으로 약화됐다가 멕시코만을 지나면서 다시 최고 등급인 5등급으로 강력해졌다는 점에서 카트리나와 비슷하다. 멕시코만의 따뜻한 바닷물이 카트리나와 리타에 힘을 제공했다. 리타는 21일 오후 현재 중심기압이 897밀리바로, 카트리나보다 더 낮은(강력한) 상태라고 국립허리케인센터는 밝혔다. 맥스 매이필드 국립허리케인센터 소장은 “리타는 카트리나처럼 거센 해일을 일으킬 수 있어 극히 위험하다. 카트리나보다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리타는 세력범위가 넓어 텍사스뿐 아니라 루이지애나 캐므런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뉴올리언스는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지만, 다시 피해를 볼까 걱정하고 있다. 메이필드 소장은 이날 미 상원에 출석해 “대서양이 지금 왕성한 허리케인 활동주기를 맞고 있다”면서 “이는 1940∼1960년대 시기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갈베스턴 유령의 도시로=해안가 섬 갈베스턴의 주민 6만여명은 이미 거의 대피해 유령의 도시로 변했다고 <에이피통신>이 전했다. 갈베스턴은 1900년 3등급 허리케인에 정통으로 맞아 6천명 이상의 주민이 사망하고 도시 전체가 초토화한 곳이다. 이번에도 리타의 가장 큰 피해지는 이 곳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텍사스 남부의 중심도시 휴스턴도 리타의 예상진로 한 가운데에 들어가면서 주민들이 대피에 나서고 있다고 교민 서정연씨는 전했다. 서씨는 “북쪽으로 세시간쯤 거리에 미리 대피할 곳을 마련해뒀다”고 말했다. 휴스턴 한국총영사관쪽은 “갈베스턴 거주 교민 250여명과 남쪽 코퍼스크리스티 교민 500여명에게 신속히 대피하라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항공우주국(나사)은 이날 휴스턴의 존슨우주센터를 일시 폐쇄하고, 이곳에서 갖고 있던 국제우주정거장(ISS) 통제권을 러시아에 넘기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제임스 하츠필드 대변인은 대피령이 내려질 당시 1만5천명에 이르는 우주센터의 정부 관계자 및 민간 계약업체 직원들은 대부분 몸을 피했으며, 소수의 필수요원들만 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사는 이미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큰 피해를 봤으며, 뉴올리언스 외곽 미슈드 조립공장과 세인트루이스만의 스테니스우주센터는 아직까지 폐쇄된 상태다. 비상 걸린 연방정부=부시 행정부는 이번엔 정부 전체가 리타 대응에 나서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텔레비전 연설에서 “시민들이 주와 지방정부 지시를 주의깊게 듣고 따를 것을 권고한다. 우리는 최악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량 부족으로 주민들을 실어나르지 못했던 뉴올리언스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갈베스턴에선 버스와 앰뷸런스, 헬기들이 대거 동원됐고, 뉴올리언스에서도 500대의 버스가 동원됐다. 한편, 광물관리청은 멕시코만 일대 석유생산 시설의 70% 이상이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멕시코만 연안 정유공장들은 미국 전체의 23%에 해당하는 하루 400만배럴의 원유를 정제하고 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연합뉴스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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