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CIA 내부 보고서’ 인용 보도
백악관 “암울한 결론이었다” 밝혀
시리아 반군 지원에 회의론 불러
백악관 “암울한 결론이었다” 밝혀
시리아 반군 지원에 회의론 불러
2013년 4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중앙정보국(CIA)이 요르단에서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정권에 맞서 싸우는 반군을 무장·훈련시키는 계획을 승인했다. 최근에는 중앙정보국이 이슬람국가(IS)에 맞서 싸울 시리아 반군 5000명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훈련시키겠다고 밝혔다. 미국 중앙정보국이 60년 넘게 전세계 도처에서 은밀하게 반군을 무장·훈련시킨 비밀 작전들의 과거 성과를 되짚어 보면, 이번 작전의 성공 가능성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2012~13년 오바마 행정부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야 할지를 고민하던 때 중앙정보국이 과거 해외 반군 지원 사례들을 연구해 오바마 대통령 등 행정부 고위 관리들한테 보고한 결론은 ‘대부분 실패였다’는 내용이었다고 <뉴욕 타임스>가 행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15일 보도했다. 더욱이 지상에서 미국의 직접적인 지원이 없을 때 반군 지원 효과는 더 떨어졌다는 평가도 담겼다. 당시 백악관 상황실에서 이 보고서에 대해 논의했던 한 관리는 “(중앙정보국 보고서는) 정말 암울한 결론이었다”고 말했다.
1947년 9월 창설된 미 중앙정보국은 바로 그해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지시로 그리스의 공산주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수백만달러어치의 총과 탄약을 그리스에 제공하는 것을 시작으로 미-소 냉전 시절 숱한 해외 비밀작전을 벌였다. 주로 좌파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해 이들과 싸우는 반군을 훈련시키고 무기를 지원했다. 1961년 피델 카스트로 정권을 뒤엎기 위해 쿠바 반군을 훈련시켜 피그스만 침공을 감행했다가 처참한 실패를 맛봤다. 1980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때는 니카라과의 산디니스타 정권과 싸우는 콘트라 반군을 지원하기도 했다.
아주 예외적으로 성공한 경우도 있다. 중앙정보국은 보고서에서 1979년 12월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소련군과 싸우는 무자헤딘한테 무기를 지원해 1989년 소련군이 완전 철수한 것을 예외적인 사례로 꼽았다. 당시 아프간에 중앙정보국 요원이 직접 들어가 있지도 않았지만 성공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고서는 성공의 주 요인으로 파키스탄 정보부 요원들이 아프간에서 반군들과 함께 작전한 사실을 지적했다.
그런데 중앙정보국이 지원한 아프간의 무자헤딘들은 이후 알카에다의 핵심 구성원이 돼 2001년 9·11 테러를 감행했다. 미 중앙정보국의 가장 성공적인 외국 반군 지원 작전이 결국 미국의 심장부를 강타한 테러로 되돌아온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비밀로 지정된 중앙정보국의 보고서는 외국의 반군을 은밀하게 무장시킨 과거 시도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효과가 지극히 미미했다고 결론 내렸다”며 “중앙정보국이 스스로 내린 이 어두운 결론이 관리들 사이에 시리아 반군 지원에 대한 회의론을 불러 일으켰고, 오바마 대통령으로 하여금 시리아 반군 지원 결정을 주저하게 했다”고 전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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