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본토 겨냥 대규모 공격 준비”
시리아 공습때 공개적 언급
미사일 절반 근거지에 발사해
국내법 저촉 피하려는 속셈도
호라산, 베테랑 전투원만 50명
‘빈라덴 이너서클’ 출신이 수장
시리아 공습때 공개적 언급
미사일 절반 근거지에 발사해
국내법 저촉 피하려는 속셈도
호라산, 베테랑 전투원만 50명
‘빈라덴 이너서클’ 출신이 수장
미국의 시리아 공습으로 ‘호라산’(Khorasan) 그룹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시리아 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근거지를 공습한 것보다 오히려 호라산 그룹을 겨냥한 공격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3일 시리아 공습에 대해 얘기하며 ‘호라산’을 공개적으로 처음 언급했다. 윌리엄 메이빌 미 합동참모본부 작전처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호라산은 서방과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규모 공격을 준비했고, 거의 마지막 단계에 있었다”고 밝혔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상당 기간 호라산의 움직임을 추적해 왔다. 미국 또는 유럽을 겨냥한 호라산의 공격은 정말로 임박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홍해와 걸프만의 미 해군 구축함들에서 발사된 40여기의 토마호크 미사일 가운데 20여기가 시리아 알레포 서부에 있는 호라산 그룹의 근거지와 훈련소 등을 겨냥했다. 미국은 이슬람국가보다 호라산 그룹을 더 직접적인 위협으로 보고 있다.
‘호라산’은 ‘해가 떠오르는’ 땅이라는 뜻의 페르시아어다. 현재 이란 동북부의 주 이름이지만, 역사적으로는 이란은 물론 아프가니스탄과 중앙아시아 일부를 포함한 지역을 일컬었다. 안보문제 전문가인 라이언 모로는 “호라산은 지하디스트들이 종말 때 이슬람 이맘 ‘마흐디’가 재림할 최후의 전장터가 될 곳으로 믿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8세기에 시리아 다마스쿠스에 수도를 둔 우마이야 왕조를 무너뜨리고 압바스 왕조를 일으킨 세력이 처음 봉기한 곳이 호라산이었다.
호라산 그룹도 실제 이 지역과 관계가 깊다. <에이비시>(ABC) 방송은 “호라산 그룹은 약 50명의 단련된 전투원들로 이뤄진 알카에다 조직”이라고 전했다. 미 중부군사령부도 이들을 “숙련된 알카에다 베테랑”이라고 했다. 미국은 쿠웨이트 출신의 무흐신 파들리(33)가 그룹을 이끄는 것으로 보고 있다. 파들리는 알카에다의 지도자였던 오사마 빈라덴의 ‘이너서클’ 출신이다. 2001년 9·11 테러 당시 그는 20살에 불과했지만, 테러 계획을 사전에 알았던 극소수의 사람 가운데 한명이었다. 9·11 테러 공격 때 아프가니스탄에 있었으나 이후 이란으로 몸을 피했다. 2012년 미 국무부는 파들리를 이란의 알카에다 지도자라고 규정하고, 700만달러(72억7000만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미국 정보당국은 호라산 그룹이 알카에다의 지도자 아이만 자와히리의 지시에 따라 파키스탄과 아프간, 북아프리카, 체첸 등지에서 시리아로 옮겨간 알카에다 대원들로 구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파들리는 지난해 시리아로 들어갔다. 이들은 시리아의 알카에다 조직인 ‘누스라전선’과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보당국은 호라산 그룹의 임무가 시리아에서 서방 출신 젊은이들을 모집해 훈련시킨 다음 서방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호라산 그룹이 훈련시킨 이들을 포함하면 구성원이 많게는 1000명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미국은 호라산 그룹이 예멘의 폭탄제조 전문가와 함께 보안검색을 피할 수 있는 치약 튜브 폭탄이나 속옷 폭탄 등을 개발해 항공기 폭파 등을 꾸미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는 2009년 성탄절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미국 디트로이트로 향하는 항공기에 속옷 폭탄을 장착한 대원을 탑승시켜 테러를 시도하려다 실패한 바 있다.
미국이 호라산 그룹의 위협을 강조하는 것은 이번 시리아 공습이 국내법에 저촉된다는 논란을 피하려는 속셈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는 시리아 공습의 국내법상 근거로 9·11 테러 직후 의회가 대통령에게 부여한 무력사용 권한을 얘기한다. 당시 알카에다에 대한 공격을 승인했으므로, 호라산 그룹을 공격한 시리아 공습이 정당하다는 주장이다. 외교전문 <포린 폴리시>는 “백악관이 주장하는 것처럼 호라산 그룹이 위험한 것인지 확실치 않다”며 이 단체의 실체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23일 미국의 공습으로 파들리가 사망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으나 확인되지는 않았다. 지하디스트 그룹과 연계된 한 트위터 계정은 미국의 공습으로 파들리와 호라산 그룹의 다른 지도자인 아부 유세프 투르키가 사망했다고 전했다. 미 하원 정보위원회 소속 애덤 시프 의원(민주당)은 “파들리가 죽었다면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머리 하나를 제거하는 게 단기적 효과만 있다는 사실을 목격해 왔다. ‘히드라’는 또 다른 머리를 내밀 것이다”라고 말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