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3·4위 델타·노스웨스트 ‘파산보호신청’
항공유값 급증·저가 항공사 가격경쟁 뒤져
5년째 적자…10대 항공사 절반 파산직면
미 항공업계 3·4위인 델타와 노스웨스트가 14일 나란히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예견된 ‘검은 수요일’”이라고 표현했다. 대형 항공사의 줄도산은 미 항공운송산업의 강도 높은 구조 개편과 판도 변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10대 항공사 절반이 파산=델타와 노스웨스트는 파산보호 조항(11조)을 활용해 15% 가량 운항노선을 줄이고 대규모 감원에 나설 계획이다. 두 항공사는 “운항 스케줄이 크게 지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적자노선의 순차적 폐쇄와 서비스 질 저하 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두 항공사의 파산신청으로 미 10대 항공사의 절반이 파산에 직면했다. 지난 2002년 업계 2위인 유나이티드를 시작으로, 지난해 유에스에어웨이(7위)와 아메리카트랜스(10위)가 파산 대열에 합류했다. 업계 1위인 아메리칸과 콘티넨탈(5위)은 연금 삭감과 감원 등으로 가까스로 파산 신청을 면했다. 미 항공운송업계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5년째 기록적인 적자행진을 하고 있다. 파산신청을 한 델타는 자산가치 216억달러에 부채가 283억달러에 이른다. 노스웨스트도 부채(179억달러)가 자산(144억달러)보다 많다.
‘저비용 모델’ 구조개편 거셀 듯=미 대형 항공사의 줄파산은, 2000년대 이후 △여객수 감소 △고유가와 고임금(연금) △저가 항공사와의 가격경쟁 등이 주된 이유다. 미 항공운송협회(ATA)는 지난 4년간 항공제트유 가격이 239% 올랐으며, 올해 유가 비용도 지난해보다 92억달러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유가 안정 기대를 무너뜨린 것이 두 회사의 파산 결정을 앞당긴 것 같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이들 항공사가 몇년 동안 감원과 임금(연금 포함) 삭감을 했지만, “저가 운임 항공사의 가격 덤핑이 대형사의 비용 절감 노력을 상쇄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저가 운임 항공사 제트블루는 14분기째 흑자를 내고 있지만, 델타는 같은 기간 단 1차례 흑자를 냈다. 항공 전문가인 빌 호치머스는 “대형사들은 할인 항공사의 가격 공세에 대응해 요금을 크게 내릴 수밖에 없었다”며,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파산한 유에스에어웨이는 아메리카웨스트와 합병해 저가 운임 항공사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업계에 저비용 모델로의 구조개편 바람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 과정에서 12만명 가량의 실직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연금 보증 책임이 있는 정부도 적잖은 비용 부담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주립대의 해를리 샤이켄 교수는 <블룸버그>에 “델타와 노스웨스트는 파산보호 기간에 연금 삭감으로 비용절감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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