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리나 내 책임” 고개 숙여…심각한 위기 반영
WP칼럼 “이라크실책 거듭하다 허리케인에 끝장”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13일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에 연방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 “내가 책임을 지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라크 문제를 비롯한 각종 정책 실패에 웬만해선 고개를 숙이지 않던 부시 대통령이 잘못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건 매우 드문 일로, 그만큼 심각한 정치적 위기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카트리나 참사는 정부의 모든 단계의 대응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노출했다. 연방정부가 충분히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에 대해선 내가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평소 같으면 미-이라크 정상회담이 미국 언론들의 집중 조명을 받았겠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선 이라크 상황 대신 카트리나 질문만이 쏟아져 정치적 후폭풍이 거셈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뉴욕타임스>는 “집권 5년 동안 부시 대통령은 어떤 실수라도 공개적으로 인정하길 꺼려왔다”며 “허리케인 대처실패에 따른 정치적 후유증으로 그의 대통령직이 얼마나 흔들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평했다.
이 신문은 백악관이 올해엔 카트리나 수습과 존 로버츠 신임 대법원장 지명자의 인준에만 주력할 것이라고 전하면서 “부시 대통령은 내년까지 감세정책 등 그의 나머지 정책 어젠다를 보류해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정지지율이 처음으로 30%대로 떨어진 부시 대통령은 15일 대국민연설을 통해 뉴올리언스 지역의 복구 청사진을 제시하며 국면 반전을 꾀할 계획이다. 이어 16일엔 보수적인 흑인 종교지도자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만날 예정이지만, 유력한 부시 지지자인 로스앤젤레스 찰스 블레이크 주교는 바쁘다는 이유로 백악관행을 거절했다고 언론들이 전했다.
한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이자 칼럼리스트인 디온은 이날치 <워싱턴포스트> 칼럼에서 “부시 대통령의 시대는 카트리나 재앙을 계기로 끝났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성향의 그는 ‘부시 시대의 종말’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부시의 시대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시작됐으나 부자들을 위한 세금 감면과 극단적 파당 정치로 국민통합을 이끌지 못하고 이라크에서 실책을 거듭하다 카트리나 재앙을 계기로 끝났다”고 비판했다. 디온은 “부시 대통령이 재선 이후 사회보장 민영화와 같은 비현실적인 정책을 고집할 때부터 그의 시대의 종말은 예고돼 있었다”면서 “부시 집권기간인 2001~2004년에 410만명이 빈곤계층으로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민주당 성향의 그는 ‘부시 시대의 종말’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부시의 시대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시작됐으나 부자들을 위한 세금 감면과 극단적 파당 정치로 국민통합을 이끌지 못하고 이라크에서 실책을 거듭하다 카트리나 재앙을 계기로 끝났다”고 비판했다. 디온은 “부시 대통령이 재선 이후 사회보장 민영화와 같은 비현실적인 정책을 고집할 때부터 그의 시대의 종말은 예고돼 있었다”면서 “부시 집권기간인 2001~2004년에 410만명이 빈곤계층으로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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