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 집권당 후보에게 유리하게 여론 조작 주장 제기돼”
북한에 대해선 “탈북자 처형·실종·고문 등…개탄스러운 상황”
북한에 대해선 “탈북자 처형·실종·고문 등…개탄스러운 상황”
미국은 27일(현지시간)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여전히 최악의 상태라고 평가했다.
우리나라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제기했던 국가보안법 해석 논란과 함께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새로 포함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발표한 ‘2013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북한의 인권 상황은 여전히 개탄스럽다(deplorable)”면서 “탈북자들은 사법 절차에 의하지 않은 처형을 비롯해 실종, 임의적 감금, 정치범 체포, 고문 등을 지속적으로 보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표현과 똑같은 것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인권 실태에 대한 평가는 2009년 ‘열악하다’(poor)를 시작으로 해마다 ‘개탄스럽다’, ‘암울하다’(grim), ‘극도로 열악하다’(extremely poor) 등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보고서에서 드러난 북한의 인권 상황은 최근 유엔 ‘북한 인권 조사위원회’가 고문과 범죄 등에 대한 명백하고 강력한 증거를 찾아낸 것과 우연히 일치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케리 장관은 유엔 조사위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사람들을 즉결 처형하고 인간의 흔적을 지워버리는 122㎜ 대공화기로 사격했다고 한다며 “군중을 모아놓고 이를 지켜보게 하는 것은 극도의 공포이자 억압 행위”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총평에서 “북한은 60년 이상 김씨 일가에 의해 통치되고 있는 독재국가”라면서 “김정은이 2012년 7월 17일 공화국 원수 칭호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또 “가장 최근에 실시된 2009년 3월 선거는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면서 “주민들에게는 정부를 교체할 권리가 없으며, 정부는 주민들의 모든 삶의 영역을 확고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언론, 출판, 집회, 결사,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고, 노동자의 권리와 노동 운동도 보장하지 않으며 생명을 위협하는 정치범 수용소가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송환된 탈북자와 그 가족들이 중형에 처해지고 북·중 국경지역에서는 여성 인신매매가 이뤄진다는 보고도 있다”면서 “그러나 인권 침해를 자행하는 관리에 대한 당국의 처벌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지난해 12월 일어난 장성택 재판 및 처형 과정도 남북한 언론 보도를 인용해 소개했다. 우즈라 제야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담당 차관보 대행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올해 보고서에 최근의 잔학 행위가 새로 실렸다면서 북한을 예로 들었다. 제야 차관보 대행은 “북한에 만연한 행방 불명과 구금, 고문 등은 너무 개탄스러운 상황이어서 지난주 유엔 조사위원회가 북한 정권을 나치 독일이나 스탈린 시대의강제 수용소 등에 비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인권을 존중하는 국가로 평가했으나 예년과 마찬가지로 국가보안법에 대한 해석 논란을 또다시 지적했으며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을 새로 포함시켰다.
보고서는 총평에서 “한국의 주요한 인권 문제는 국보법에 대한 정부의 해석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 인터넷 접근 제한, 양심적 군 복무 거부자에 대한 처벌 등”이라고 밝혔다.
또 일부 관료들의 부패, 성 폭력과 가정 폭력, 미성년 성 매매, 인신 매매 등과 함께 탈북자와 소수 인종, 동성애자, 에이즈 감염자 등에 대한 사회적 차별, 노동권 제한 등도 지적했다.
올해 보고서에는 국가정보원 등 국가 기관이 2012년 총선 및 대선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집권 보수 정당의 후보에게 유리하게 여론을 조작하거나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는 점이 새로 포함됐다. 보고서는 ‘참정권’, 즉 국민이 정부를 바꿀 권리를 소개하는 각론에서 이에 대한 정치권의 공방과 검찰 수사 및 기소 과정을 장문으로 상세하게 설명했다.
아울러 이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이 혼외 아들 문제로 사퇴하는 과정에서 이와 관련한 사생활 정보를 흘리거나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을 유출한 주체가 국정원이라고 검찰과 야권이 믿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이밖에 ‘박근혜 출산 그림’으로 논란을 빚은 민중 화가 홍성담씨에 대한 무혐의 처분 사례 등도 소개했다.
한편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 가운데서는 북한과 함께 중국, 미얀마, 캄보디아, 스리랑카 등을 ‘문제 국가’로 지목해 강하게 비판했다.
보고서는 “중국 당국이 기본적인 자유를 계속 제한하고 있다”며 “인권 활동가에 대한 탄압과 표현의 자유 제한, 티베트 원주민과 위구르 이슬람교도에 대한 억압도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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