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날까 두려워 이재민 신고도 못해
‘카트리나 재앙’이 닥친 지역에 사는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들이 심각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5일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카트리나가 강타한 미시시피주 빌럭시에 사는 멕시코 출신 노동자 페드로는 구호 당국이 무상공급하는 자동차 휘발유를 배급받지 못한다. 불법 체류 신분이어서 당국에 이재민으로 신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아내가 임신 8개월이라 다른 도시의 이재민 수용소로 가고 싶지만 신분이 탄로날 것이 두렵다”고 말했다. 카지노 잔디관리원으로 일해온 그는 “모든 카지노가 문을 닫아 당분간 일할 곳을 찾을 수도 없다”고 호소했다.
신문은 빌럭시를 비롯해 루이지애나와 미시시피의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는 수십만명에 이를 것이라며, “이들은 흑인들보다 더 참혹한 고통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멕시코 정부는 이 지역에만 14만명에 이르는 자국민들을 위해 배턴루지 등에 임시 사무소를 열고 귀국을 돕고 있지만, 대부분 임금 체불 등의 이유로 현지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자메이카에서 온 이안 넬슨은 “카지노에서 임시 노동자로 일했는데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해 떠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곳의 외국인노동자 상담소는 “넬슨 같은 처지의 노동자들이 빌럭시에만 344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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