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뉴올리언스 시민들의 집단 대피 장소인 슈퍼돔에서 사람들이 빠져나오던 도중 총성이 울린 뒤 겁에 질린 한 여성을 루이지애나 주방위군이 구출하고 있다. 뉴올리언스/AFP 연합
폭도 거리장악 시가전 방불…구조활동 차질
수천명 사망·500억달러 피해 추정…휘발유값 폭등
대홍수로 도시 기능이 마비된 미국 남부 ‘재즈의 고향’ 뉴올리언스의 혼란상이 극에 이르고 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엄습 뒤에도 시내에 남아 있던 수만명의 시민들은 차량 지원 등이 되지 않자 분노를 폭발시켰다. 일부 대피소는 무장한 깡패들에게 주도권이 넘어갔고, 거리 곳곳에선 아무런 제지 없이 강간·약탈이 행해지고 있다고 현지 관리들이 전했다. 연방정부의 미흡한 대응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피해 지역 방문을 위해 2일 앨라배마주 모빌에 도착했다. 2일 새벽엔 뉴올리언스 강변지대의 한 화학공장에서 시내 전역에서 폭발 진동이 느껴질 정도의 대규모 폭발이 일어나 주민들은 또 한번 공포에 떨었다고 <에이피통신>은 전했다. 미국 국방부는 장갑차 등으로 중무장한 주방위군을 추가로 투입하기로 했지만, 치안이 회복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구조활동과 이재민 수송이 총격 등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에스앤피(S&P)는 피해액이 사회기반시설을 고려하면 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으며, 미국의 자연재해 평가기관인 ‘리스크매니지먼트솔루션스’(RMS)는 1천억달러를 넘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 의회는 100억달러의 긴급 구호자금을 승인했다. 절망 속 탈출행렬=홍수와 정전, 전염병 우려 등으로 시 기능이 완전 마비되자, 슈퍼돔 등 대피소에 있던 이재민들과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던 주민 수만명이 대거 외부 탈출에 나섰다. 그러나 차량 지원 등이 제대로 되지 않아 2만3천여명이 몰린 슈퍼돔에선 서로 차를 먼저 타려 싸움이 벌어졌다. 또 헬기에 총질을 하는 바람에 대피작전이 한때 중단되기도 했다. 외부로 통하는 고속도로엔 시민 수천명이 몰려나와 차를 얻어타려고 애쓰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걸어서 도시를 빠져나가는 주민 코넬리우스 워싱턴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돈을 주고 차를 얻어타고 싶지만 그것도 불가능하다. 휴스턴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대피소인 슈퍼돔을 찾아갔지만 그곳엔 아예 들여보내 주지도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뉴올리언스는 곳곳에 주검이 그대로 방치된 채 물과 음식 등 생필품이 거의 바닥난 상태라고 현지 관리들은 밝혔다. <시엔엔방송>은 “대피소인 컨벤션센터 앞에 많은 주검들이 있다”고 전했다.
조지프 매슈스 시정부 비상준비국장은 “일부 시민은 3~4일 동안 물이나 음식을 먹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캐나다 여행객인 래리 미첼은 “내가 살아서 여기를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에이피통신>이 전했다. 최악의 치안 상황=캐슬린 블랭코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이날 “엠16으로 무장한 주방위군 300명이 이라크로부터 돌아왔다. 이들은 총을 쏘고 사람을 죽일 수 있다. 그들이 그렇게 할 것으로 본다”며 약탈자들에게 강력히 경고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중무장한 군 병력들이 뉴올리언스로 투입되기 시작했다”며 “경찰들도 방탄복과 장총으로 무장한 채 프렌치쿼터 등 중심가의 치안 회복에 나섰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이번주 안에 루이지애나·미시시피주에 2만4천여명의 주방위군을 더 보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 수백 내지 수천명의 폭도들이 거리 곳곳을 장악하고 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시 경찰간부는 “무장한 폭도들이 대피소로 이용되는 컨벤션센터까지 장악하고 관리들을 쫓아버렸다. 주변 거리에선 강간과, 통행자나 여행객들에 대한 공격이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행해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밝혔다. <시엔엔방송>은 “시내엔 무장한 사람들이 거리를 배회하고, 건물은 불타고, 상점에선 사람들이 물건을 약탈하고 있다. 이건 시가전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천문학적 피해와 대책=루이지애나 상원의원 메리 랜드루는 “우리는 사망자가 수천명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도 물에 잠긴 지역에선 구조작업이 계속됐지만, 치안 불안으로 구조작업 자체가 큰 지장을 받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수급 차질로 인한 휘발유값 폭등세는 미국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시엔엔머니>는 보스턴에서는 무연 보통 휘발유 값이 갤런당(1갤런=3.785ℓ) 3.59달러까지 치솟았고, 조지아주의 한 주유소에선 갤런당 5.87달러(1ℓ에 1600원 상당)에 팔고 있다. 이는 한국의 기름값과 맞먹는 수준이다. 사재기 심리와 주유소 폭리 행위가 맞물리면서 일부에선 휘발유 품절 사태를 빚고 있다. 전략비축유(SDR) 방출 방침을 정한 미국 정부는 1일 1차로 엑손모빌에 600만배럴을 공급하기로 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김회승 기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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