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첩자’를 모집해온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체포됐다고 영국 방송 <비비시>(BBC) 등이 러시아 언론을 인용해 14일 보도했다.
외신들은 러시아 연방보안국 대변인실의 공식 발표를 따서 “직업 외교관으로 위장한 미 중앙정보국 요원 라이언 크리스토퍼 포글을 13일 밤 체포했다”고 전했다. 포글은 모스크바 주재 미 대사관 3등 서기관 직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러시아 연방보안국은 “포글이 직업 외교관인 것으로 꾸몄지만 실제로는 러시아 정보요원들을 회유·모집하는 임무를 맡은 미 중앙정보국 비밀요원”이라고 주장했다. “체포 당시 포글은 가발 등 변장도구, 녹음기 등 첨단 디지털 기기, 상당 액수의 돈과 함께 (정보요원으로 모집한) 러시아인을 위해 마련된 교육용 지침서를 갖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체포된 포글은 러시아 연방보안국 사무실로 옮겨져 13일 밤 신문을 받은 뒤 14일 미 대사관에 인도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냉전 종식 뒤에도 미-러 간의 ‘첩보전쟁’은 계속되고 있는데, 지난해 2월 러시아 군사법원은 돈을 받고 미사일 및 인공위성 관련 기밀을 미 중앙정보국에 넘겨준 현직 러시아군 중령에게 13년 징역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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