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600억원 절도사건
우디 앨런 ‘스몰타임 크룩스’ 연상
지난주 말 브라질에서 발생한 600억원대 은행털이범의 영화같은 범행수법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브라질 경찰 조사 결과, 최대 10여명으로 추정되는 범인들은 3개월 전 범행 목표인 포르탈레자 시내의 중앙은행 사무소 인근 주택을 임대했다. 이들은 집 외벽을 초록색, 창문은 흰색으로 칠해, 브라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천연잔디 판매 매장으로 위장했다. 이어 지하실 벽을 허물고 가로 세로 70cm 크기의 지하 터널을 파들어 가기 시작했다. 범인들은 터널의 침수와 붕괴를 막기 위해 벽면에 비닐을 덧씌우거나 나무 기둥을 세웠다. 중간중간 작업용 전등도 설치했다. 터널 안에는 산소 공급을 위해 공기 정화용 에어컨까지 설치했다. 파낸 흙더미 100여t은 집안 곳곳에 쌓아두거나 외부로 내다 버렸다. 잔디 매장에 흙더미가 들고나는 것을 의심하는 주민들은 없었다. 마침내 사무소 금고에 다다른 범인들은 주말을 틈타 드릴과 용접기 등으로 두께 1.1m의 콘크리트 금고를 뚫고 들어가 현금이 가득찬 소형 컨테이너 5개를 들고 유유히 달아났다. 도난당한 현금은 새 지폐가 아니어서 발권번호를 추적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사건이 지난 2000년 미국 배우 우디 앨런이 출연한 영화 <스몰타임 크룩스>의 내용을 빼닮아 화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땅굴을 파 은행 금고를 털 목적으로 은행 옆에 과자가게를 연다.
한편 경찰은 용의자들의 지문을 여럿 채취했으며, 2001년 탈옥한 은행털이범 모제스 다 실바를 유력한 범인으로 보고 있다.
김회승 기자, 외신종합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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